공단 가동중단 선제적 조치 통해
초강경 北제재 동참 이끌어내
남북 최후보루 끊은 강경일변도
긴장 해소 후 대화 국면 땐 부담
성급했던 사드 배치 논의 후유증
한-중 관계 적잖은 앙금 예고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5일(현지시간)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도출하기까지 한국과 미국 중국은 50여일 숨가쁜 외교전을 벌였다.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외교전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지만, 미중 사이 끼어 있는 우리의 입지를 재확인시켰다는 점은 공통된다.
우선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유엔의 강력한 제재 결의안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경제봉쇄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의 또 다른 대북 강수인 ‘사드 배치’ 카드와 대화를 배제한 압박 일변도의 밀어붙이기는 상당한 후유증을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전격 발표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국내외적 논란을 부르긴 했으나 미국이 준비하던 이란식 경제봉쇄책인 대북제재법안에 가속도를 붙이며 앞길을 틔워줬다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후 미국 상원은 11일(한국시간) 만장일치로 대북제재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틀 뒤 하원 통과, 1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입법 절차가 이례적인 속도로 완료됐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가 논의된 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전광석화 같은 처리였다.
특히 개성공단이 광물과 반가공 금속 등의 거래를 금지하는 이 법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예외 조항이 있어 미 행정부의 의지에 달리긴 했으나 개성공단이 논란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법에 떠밀리기 전에 우리가 선제 조치에 나서, 한미의 대북 경제봉쇄 공조가 탄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은 중국 등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우리 정부의 명분도 높였다.
중국 정부가 결국 강도 높은 제재에 동참하는 데는 이런 한미 공조의 영향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이 이번 결의안에서 석탄, 철광석, 금 등의 거래 제한 또는 금지에 찬성한 것은 광물 거래를 의무 제재 대상으로 삼은 대북제재법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미국 대북제재법에 대해 개성공단은 가만두고 왜 우리 기업만 제재하냐고 시비를 걸 수 있었다”며 “한미의 유기적 공조가 중국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물론 개성공단 중단은 우리 기업인의 희생을 담보로 한 데다, 남북간 최후의 보루를 끊었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한반도 긴장고조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카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체제 붕괴’까지 거론하며 강경 일변도로 몰아붙이는 것도 한반도 상황 관리를 어렵게 하고 제재 이후 대화 국면에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에 비해 중국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 재개 노력을 병행해 동북아 긴장을 완화하는 주도국의 지위를 키우고 있다. 23일 왕이 중국 외교 부장과 회동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대북 제재의 목적은 되풀이 되는 반복적인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의 테이블로 데리고 오는 것”이라며 대화국면의 포석을 두고 있다. 우리 정부만 대화를 외면한 채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고집 불통의 국가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협의 결정도 동북아 국제 정세를 고려치 않고 성급하게 제기됐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그간 사드 배치를 두고 미중 양측으로부터 구애를 받았던 상황이 사드 배치 카드를 꺼낸 이후에는 급변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한중 관계는 최악의 위기로 치달았다. 우리가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드 배치 카드는 오히려 미국이 챙겨가 한반도 및 남중국해 분쟁 등을 두고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정황이 뚜렷하다. 미국이 사드 배치 공동실무단 가동을 위한 약정체결조차 지연시켜 우리 정부가 도리어 미국에게 사드 배치를 구애하는 궁색한 처지에 몰려 있고, 한중 관계의 앙금은 적잖은 부담으로 남아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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