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들 강력 반발 공동 성명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
CJ헬로비전은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초고속인터넷 및 인터넷(IP)TV 업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승인했다. 발행 주식의 73.06%, 참석 주주의 97.15%가 찬성해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는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국내외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합병에 합의했다”며 “양사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과 CJ측은 결합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에서 정부 인가만 남겨 놓게 된다. 이에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은 1위 이동통신과 1위 케이블TV업체의 결합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정부 인가를 받기 전에 주총을 여는 것은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주총으로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의결 자문업체인 ISS도 보고서를 통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향후 합병 법인이 추가 주식을 발행할 수 있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합병 반대 주주들을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1만696원으로, 결정 당시 주가인 1만1,600원보다 낮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ISS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방송법보다 상위법인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를 열었고 정부가 인가하지 않으면 합병할 수 없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알렸다”며 “합병을 긍정적으로 본 주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상법에 따르면 합병 시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정한 뒤 3개월 내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12월14일을 기준일로 잡았다. SK텔레콤 관계자도 “경쟁사들의 반발에 개의치 않는다”며 “정부 인가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아직 합병 심사 중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관련부처와 심사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며 “심사위원회가 구성되면 주총 위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허가 여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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