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렉뎀베렐씨 외국인으론 처음
"외교관 돼 한국 다시 돌아올 것"
“오강바야르라는 이름 앞에 ‘서울대생’이란 타이틀이 붙으니 책임이 더 막중해진 것 같아요.”
26일 제70회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학위를 받은 오강바야르 벨렉뎀베렐(24ㆍ몽골·사진)씨는 단순한 유학생 신분 이상으로 모교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날 한국에 연고가 없는 외국인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았다.
한국말이라곤 ‘김치’밖에 모르던 몽골인 청년은 2010년 9월 홀로 한국에 들어왔다. 세계화 시대에 맞춰 외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벨렉뎀베렐씨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을 거쳐 이듬해 9월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공부벌레만 모인 서울대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학구열이 타올랐다”고 말했다.
언어의 장벽은 4년 내내 벨렉뎀베렐씨의 발목을 잡았지만 가족과 같은 한국 동료를 얻을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한국인 형, 같은 과 친구들이 외국인이라는 편견 없이 같이 어울리고 학업을 도와준 게 가장 고맙습니다.”
그는 서울대에 다니는 40여명의 몽골 학생들을 대표해 몽골 학생회장을 맡았고, 2013년엔 서울대 외국인학생회장직도 수행했다. 한국 친구들이 아낌없이 전해준 동료애를 자신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외국인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였다. 학생회 활동은 물론, 여행가이드 등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면서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 2014년과 지난해에는 서울대 총동창회에서 수여하는 장학금도 받았다.
졸업 후 그는 몽골로 돌아가 외교관의 목표를 향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벨렉뎀베렐씨는 “한국을 떠날 생각에 섭섭한 마음이 크지만 이렇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동북아 평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관이 돼 한국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총 4,970명이 학위를 받았다. 벨렉뎀베렐씨는 이들 모두를 대표한 연설에서 “서울대를 다니며 온몸으로 느낀 것은 책임감”이라며 “이루고 싶은 꿈을 갖고 처음 한국에 온 것처럼 앞으로 수많은 도전이 닥치겠지만 다가올 어려움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보고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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