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 사는 강현아(43·가명)씨는 보톡스와 필러를 싼값에 맞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중구의 한 원룸에 방문했다. 방에 들어가자 중년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바닥에 나란히 눕자 ‘원장님’이라고 불리는 중년의 여인은 익숙한 솜씨로 냉장고에서 꺼낸 보톡스를 미간과 눈가에 놓았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시술한다는 게 찝찝했지만 워낙 싼 가격이라 ‘별일 없겠지’하는 마음이 더 앞섰다. 시술자는 원룸을 나서는 그녀에게 “보톡스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며 “5명 이상 데리고 오면 무료시술을 해주겠다”고도 했다.
최근 불법의료시술이 늘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원에는 보톡스 피해가 접수된 적이 거의 없다. 필러 피해 접수 건수는 2012년이 3건, 2013년이 2건으로 아주 미미하다. 작년 8월 인천 세관에 중국의 보톡스 2만 오천여 점과 필러 4백 개 밀반입을 적발했다. 그럼에도 드러난 사례로 보면 불법시술에 만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해전 경북 칠곡에는 불법필러 시술을 받다 한쪽 눈이 실명되는 사건이 생겼다. 불법의료행위자는 중국으로 도주했고 피해자는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진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이성하 성형외과 전문의는 “최근 불법으로 시술받은 필러나 보형물삽입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성형외과를 내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러한 경우 제거하기도 어렵고 재수술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절대 불법시술을 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불법성형시술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다. 하지만 막상 성형외과와 비교하면 불과 몇 만원 차이다. 몇 만원에 성형 부작용을 감수하기엔 대가가 너무나 크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보형물을 삽입할 경우 위험천만한 거래가 될 수 있다. 보형물 삽입의 경우 멸균된 의료용 실리콘이나 보형물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의료적인 수술을 할 경우 시한폭탄을 몸에 넣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원장은 “얼마 전 팔자주름을 펴기 위해 피부관리실에서 보형물 시술을 받은 한 주부가 세균감염으로 염증이 생겨 보형물 제거수술을 받기도 했다”며 “같은 날 시술해도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불법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상이 없어도 반드시 제거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와 유착되거나 염증으로 피부조직이 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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