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는 절대 선수 라커룸에 못 들어가요. 훈련때도 코트에 들어갈 수 없고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현대캐피탈 우승과 함께 최태웅(40)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7년 만에 정상을 맛 본 현대캐피탈 프런트의 감회는 남달랐다. 현대캐피탈이 우승을 하기까지는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던 프런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배구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두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구단 프런트의 삼위일체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현대캐피탈은 ‘적극적인 프런트’가 강점이자 단점인 팀이었다. 하지만 안남수 전 단장이 물러나고 현대캐피탈 부사장 출신인 신현석(62) 단장이 지난해 1월 새로 부임하면서 코칭스태프 쪽으로 무게 중심을 확 옮겼다.
신 단장은 취임 후 복합 훈련 시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 있던 단장실을 없애는 등 가시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단장 직함도 내부적으로 ‘지원단장’으로 바꿨다. 선수의 연봉협상도 최 감독이 직접 하도록 하는 등 프런트와 현장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신 단장은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철저하게 코칭스태프에 힘을 실어줬다. 프런트는 절대 라커룸 방문을 하지 않고, 선수들이 훈련할 때는 누구도 코트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신 단장부터 이를 철저히 지켰다. 그는 혹여나 선수들의 훈련에 방해가 될까 해서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에게 전권을 넘겨주고 프런트는 후방에서 지원만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신 단장은 “나와 프런트보다는 지난해까지 함께 선수로 뛰었던 최 감독이 선수들과 눈높이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면 그 장점을 살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선수들이 도열해 VIP와 악수하는 행사도 생략했다. 사실 경기에 진 선수들에게는 고역이 따로 없는 행사였다. 그 동안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했던 일들이 사라지자 선수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 결과 신뢰가 쌓였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 신 단장은 “올 시즌 우승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스피드 배구를 통해 우리 구단만의 팀 컬러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였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환하게 웃었다.
결국 현대캐피탈의 우승 원동력은 코트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그들을 이끈 코칭스태프의 노고, 그리고 묵묵히 지원에 나선 프런트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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