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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찌질함의 찬가

입력
2016.02.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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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 명인 자크 브렐의 ‘날 떠나지 마세요(Ne me quitte pas)’는 속된 말로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노래다. 연인의 바지춤을 붙들며 “당신 손의 그림자라도 되고 당신 개의 그림자라도 되고 싶다”며 울고 불며 매달리는 내용이다. 남자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없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는 소월의 결연함은 차라리 우아할 정도. 오죽하면 에디트 피아프는 남자가 불러선 안 될 노래라고까지 했을까. 그러면서 그녀 자신 이 노랠 불렀고 이후 남녀 불문 수많은 가수가 불렀다. 심지어 쿨가이처럼 보이는 스팅 버전도 있는데, 그답지 않게 징징 짜는 비음이 인상적이다. 자크 브렐은 그 노래에 대해 ‘비굴함의 찬가’라며 자조 어린 냉소를 비친 적 있다. 실제로 그는 여러 여인을 거치며 여성에 대한 공포와 의심에 시달리기도 했다.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세르주 갱스부르의 오만하고 비열한 여성편력과는 대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상대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갱스부르보다 자크 브렐의 태도에 더 호감이 가는 편이다. 없이 못 살 것 같으면 눈물 콧물 다 빼서라도 붙들어야지 어쩌겠는가. 아닌 척 모른 척 섬세하게 가꾸는 사랑이더라도 결국 터질 때엔 터지기 마련. 사랑은 때로 스스로 무너지는 굴욕마저 기꺼워하도록 만든다. 단, 당신 개의 그림자라도 되려다가 개만도 못한 인간으로 추락하는 일은 늘 조심할 것.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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