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증가율 6년 만에 최저
실질 가계지출 전년보다 0.2%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감소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가계지출은 뒷걸음질치며 역대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소득 대비 지출을 보여주는 소비성향 역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안팎 경제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득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자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맸다는 얘기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작년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명목)은 437만3,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1.2%)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물가 변동분을 감안한 실질소득의 경우 증가율은 0.9%로 더 낮았다. 특히 실질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오히려 2.6% 감소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등을 겪은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지표상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자 감소 등으로 사업소득이 줄었고, 금리가 낮은 탓에 금융소득 증가율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소비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월평균 가계지출(명목)은 337만3,300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0.5%에 불과했다. 이중 소비지출이 256만3,100원으로 0.5% 늘어났고, 세금, 연금 등 가계가 통제하기 어려운 비소비지출은 81만200원으로 0.7% 증가했다. 가계지출과 소비지출 증가율 모두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로 가장 낮았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가계지출과 소비지출은 전년보다 각각 0.2% 감소했다. 물가가 올라서 지출액이 다소 늘었을 뿐 실제 소비는 줄었다는 얘기다. 이들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분야별 지출을 보면 가계는 주거, 식료품비 등 꼭 필요한 지출만 선별적으로 늘렸다. 주거ㆍ수도ㆍ광열 지출(명목)이 4.8% 늘었는데, 월세 가구 비중이 늘며 주거비가 1년 새 20.8% 폭증한 영향이 컸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지출도 전년보다 0.8% 늘었다. 담배 가격 상승에 주류ㆍ담배 지출도 18.8%나 늘어났다. 반면 경기에 가장 민감한 의류ㆍ신발 지출은 전년보다 4.4% 줄었고, 통신비(-1.7%) 교육비(-0.4%)도 감소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에 쓴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은 2014년보다 1.0%포인트 감소한 71.9%로 2011년 이후 5년 연속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지갑을 닫으면서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99만9,800원으로 전년보다 5.6% 늘었고, 흑자율(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 비율)은 1.0%포인트 상승해 사상 최고 수준인 28.1%를 기록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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