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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국이 타향인 이웃들에게 박수를

입력
2016.02.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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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요일 아침이 되면 시계 알람 소리 보다 먼저 일어난다.

현재 KBS 1TV에서 방송하는 ‘이웃집의 찰스’라는 프로그램 촬영이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들으면 앞뒤가 안 어울리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웃집이라는 친근한 단어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찰스라는 이름이 합쳐져서 이웃집 찰스. 제목대로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한국에 온 외국인들의 고민을 함께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한국에 온지 10년이 지나서 이미 많이 익숙해진 덕에 외국인의 눈으로 본 신선한 발견과 놀람이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의 진지한 고민 앞에서 다시 한번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한다.

액션스타를 꿈꾸는 몽골 사람.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사람.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파는 프랑스 사람. 한국 복싱 챔피언을 꿈꾸는 캐나다 사람. 12남매 함께 사는 미국가족. 한국에 온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나라를 사랑하고 적응하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은 똑같다.

그러나 같은 외국인이라도 털어놓는 고민을 듣다보면 때때로 답을 주기가 두려워질 때가 있다. 방송에 출연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무슬림 가족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난민비자를 받을 수 있을까였다. 난민비자를 신청하는 아프가니스탄 가족의 고민을 들으면서 같은 외국인으로서 비자문제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후 아버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일본인이니까 만약 한국에서 비자를 못 받아 일본에 돌아가도 죽지는 않겠지만, 우리 가족은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어요.” 알카에다로부터 다시 모국에 돌아가면 가족의 생명이 위험해질 거라고 협박편지까지 받았던 사실을 토로했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나라마다 놓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연말에 했던 송년특집에서 오랜만에 그 아프가니스탄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둘째 딸 나히드가 나를 보며 밝은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언니랑 녹화하고 나서 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많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녹화가 중단된 시간 내내 내 손을 잡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옆에 있었다. 방송에서 매주 많은 외국인을 만나지만 그들의 고민과 꿈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매주 외국인 출연자를 만나면서 유독 인상이 깊었던 사람이 몇 명 생겼다. 미국에서 온 밥 아저씨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와서 와인사업을 시작했다가 사기를 당한 후 사업이 망했고, 남은 와인을 처분하기 위해 미국 가정식 레스토랑을 열었지만 이것 역시 잘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도전 한다는 생각으로 서울 양평동에 미국스타일 빵집을 열었다. 하나하나 밥 아저씨가 직접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빵이다. 한국의 빵은 대부분 단맛이 강하지만 미국 전통 빵은 산미가 강하다. 스튜디오에서 밥 아저씨가 만든 빵을 처음 먹었을 때 익숙하지 않은 신맛이 먼저 나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같이 출연한 미국 출신 로버트 할리 씨는 그 빵을 먹고 진정한 빵이라고 칭찬했다.

밥 아저씨는 방송이 나간 후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가게를 찾아와 줄을 서있다고 한다. 방송한지 몇 개월이 지난 후에도 변함없이 바쁘다는 소식을 들었다. 역시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기다린 사람들은 때가 오면 꽃을 피운다. 밥 아저씨는 운 좋게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가게를 알릴 수 있게 되었지만,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가게에 줄 선 사람들은 금방 사라졌을 것이다.

만약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로지 자신의 사업을 홍보할 목적으로 방송에 나오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 열심히 사는 모습과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응원 하고 싶어지는 것은 나만 아닐 것이다.

후지타 사유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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