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최택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최택은 드라마 속 대국을 통해 고도의 집중력과 냉정함, 한 수로 결정되는 팽팽한 승부로 바둑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처럼 바둑은 최근 주목할 만한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웹툰, 게임 등 킬러 콘텐츠를 비롯해 인공지능의 시험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장시간의 대국 속에서 벌어지는 대결을 두고 철학적 견해와 해석이 뒤따르면서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 웹툰이 보여주는 바둑철학, 그리고 인간사
웹툰에서 보는 바둑은 대게 인생에 대한 비유가 많다. 작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바둑 장르 웹툰에는 사회 속에 던져진 주인공이 삶에 대해 어떤 수를 두는 지, 앞으로 어떻게 수를 둬야 할 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이러한 철학이 가장 많이 반영된 작품이다. 바둑만 알던 장그래의 변화되는 삶의 과정과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 녜 웨이핑 9단과 조훈현 9단간 경기를 회차 마다 한 수 씩 접목시켰다.
/▲ 윤태호 작가의 미생. 누룩미디어 제공
바둑에서 집이 두 개 이상 있어야 '살아있다'고 하는 것처럼 자신의 한 판(삶)을 승리하기 위해 한 수를 잇는 사람들을 그려냈다고 윤태호 작가는 설명했다. 미생은 '바둑=인생'이라는 철학 속에서 회마다 한 수씩 늘어나는 기보를 보여줌으로써 삶 속에서 드러나는 성공과 실패를 보여준다.
주인공 장그래는 바둑을 그만두고 원인터내셔널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수를 묵묵히 놓아가지만, 결국 정직원 승격에는 실패한다. 대신 오성식 차장의 배려로 새 회사 온길 인터내셔널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신의 한 수를 놓는다.
미생2는 온길 인터내셔널에서 적응해가는 정사원 장그래의 모습을 그린다. 1999년 2월 8일 열린 제3회 삼성화재배 결승 5번기 제5국 마샤오춘(중국) 9단과 이창호(한국) 9단의 경기를 한 수씩 보여주고 있다. 장그래 뿐아니라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등 원인터내셔널에 근무하는 이들의 모습도 그려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이어간다.
네이버 웹툰에서 완결된 오민혁 작가의 '오민혁 단편선'에서도 바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연재를 시작한 옴니버스 웹툰 오민혁 단편선은 첫 번째 이야기로 '화점'을 공개했다. 화점은 바둑판에 표시된 아홉 개의 검은 점이다. 과거 검은 점이 아닌 꽃잎 모양으로 표시된 데서 화점으로 불리게 됐다.
▲ 오민혁 단편선 '화점'. 네이버 제공
웹툰은 프로바둑 기사 박한수 9단이 고인이 된 스승의 집을 우연히 찾아간데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박한수는 죽은 스승의 집에서 빗줄기가 화점에 떨어지는 것을 보며 바둑을 둔다. 지난날 승부에만 집착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처럼 바둑은 단순한 경기에 그치지 않고 삶을 응축한 하나의 인생으로 비쳐지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 "알파고 vs 이세돌" AI 발전 어디까지
인공지능(AI)의 진화는 어디까지 왔을까.
최근 구글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통해 그 의문을 해소해줄 전망이다. 바둑은 인공지능의 진화 단계를 시험하는 무대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 이세돌 9단(오른쪽)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화상연결을 통해 선의의 승부를 다짐하고 있다. 구글 제공
앞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간과의 체스, 퀴즈 등의 대결에서 승리해 왔다. 그러나 바둑만큼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을 이길 수 없었다. 바둑은 돌을 놓는 경우의 수가 우주에 있는 원자 수보다 많아 '무작위 대입(brute force)' 방식으로는 승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알파고는 다를 것이라고 구글 딥마인드는 설명했다. 딥마인드에 의하면 알파고는 수백만개의 신경세포와 같은 연결고리로 이어진 12개의 프로세스 레이어로 구성돼 있다. 정책망과 신경망을 통해 다음 돌을 놓을 위치를 결정하고 승자를 미리 예측하기도 한다.
실제로 알파고는 프로바둑 기사와 호선 대결에서 승리한 것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호선은 서로 대등하게 흑백을 바꾸며 겨루는 대전방식이다. 이번 대국은 한 사람이 총 2시간 동안 수를 고민할 수 있고 시간을 모두 소비하면 1분안에 돌을 놓는다. 후수인 백돌의 불리함 때문에 7.5집을 덤으로 얹어주는 특징이 있다.
현재 이세돌 9단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3대2 싸움이라기보다는 한 판을 지느냐 완승하느냐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에 의해 이세돌 9단의 패배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제기한 상황.
인간과 인공지능간의 두뇌싸움으로 평가받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호선으로 진행된다. 14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1시 포시즌스 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승부가 펼쳐진다.
■ 엠게임, 20년 노하우 녹인 '바둑:승부의 신' 공개
바둑의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 게임도 출시됐다. 엠게임이 서비스하는 '바둑: 승부의신 for Kakao'가 그 주인공이다. 바둑: 승부의신은 1997년 '넷바둑'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바둑게임 개념을 도입한 엠게임의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개발된 게임이다.
▲ 엠게임이 출시한 모바일 바둑 게임 '바둑: 승부의 신'. 엠게임 제공
19줄로 구성된 정통 바둑과 더불어 9줄 바둑 모드도 마련돼 있어 처음 바둑을 접하는 입문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고 엠게임은 설명했다. 카카오톡 친구들과 간편하게 실시간 바둑 대국을 즐길 수 있다.
국내 모든 프로기전 및 세계대회, 그리고 해외기전 등 프로 바둑기사들이 펼치는 대국도 생중계로 관전할 수 있다. 다음달 9일부터 펼쳐지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모든 대국도 '바둑: 승부의신'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어서 게임 그 이상의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둑은 체스, 장기와 같은 보드게임보다 원리가 복잡하게 설계된 게임으로 두 수 이상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며 "때문에 인간의 삶도 줄곧 바둑에 투영되곤 한다. 웹툰이나 드라마로 주목받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인해 다시금 바둑의 인기가 급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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