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광산개발권 따주겠다 속여
정체불명의 국제 인권단체를 내세워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간부인 것처럼 행세하고 다니면서 수십억 원대 사기를 친 50대 고려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국제 브로커 L(5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L씨는 2013년 2월 러시아 정ㆍ관계 인맥이 두텁다고 과시한 뒤, 사할린 광산개발 프로젝트를 따도록 도와주겠다는 거짓말로 자원개발업체 U사 대표 연모씨로부터 180만달러(20억4,000만원)를 받아 챙긴 혐의다. L씨는 러시아 국적의 다른 고려인인 H씨와 함께 “나는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의 아내가 수장인 단체에서 유엔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이고, H씨는 전직 KGB 요원 출신”이라며 연씨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2개월 후 H씨가 잠적했는데도 L씨는 오히려 “H가 없어도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다. KGB를 통해 H를 잡으면 180만달러를 회수하도록 도와주겠다”며 추가로 60만달러(6억8,000만원)를 연씨로부터 더 뜯어냈다.
L씨는 또 2012년 2월~2013년 3월 무역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러시아 재향군인회 등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사업, 러시아ㆍ벨라루스 병원설립 사업 등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 4,700여만원의 부대비용을 대신 지출토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평소 L씨는 자신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인권보호위원회(CIPDH)의 유라시아국 부국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였다. 그러나 해당 조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단체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위원회에서 지급됐다는 군복 비슷한 제복을 입고 다니고, 유엔 휘장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위원회 명의의 여권 등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국제기구에 문외한인 사업가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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