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식 세계를 넘나들고 아우르는 책을 만든다’는 모토로 2012년 컬처룩이 시작되었다. 미디어와 영화 분야의 책도 준비하고 있었지만 첫 책으로 우리가 관심을 둔 건 과학이었다. 과학은 점점 세분화되고 새로운 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여러 각도에서 재미있는 기획이 가능할 것 같았다. 특정 주제보다는 과학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책을 먼저 내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현재의 과학을 이해하려면 과거의 과학을 알아야 하고 그 토대 위에서 과학의 미래도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본격적인 기획이 시작됐고, 우리는 대상 독자를 과학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는 청소년으로 좁혔다. 다양한 접근으로 구성된 책을 만들기 위해 이왕이면 개념이나 이론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과학사라든지,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 등을 함께 서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넣기를 원했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들춰봐도 충분히 유익한 책이면 좋겠다는 욕심도 더해졌다.
의도하는 기획대로 집필을 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우선 빨리 낼 수 있는 외서를 찾기로 했다. 그 결과 우리가 구상한 것과 거의 흡사한 책을 발견했다. 당시 영미권에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도 출간 예정이었다. 특히 과학이 발달해온 과정과 성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고 사전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 우리가 찾는 바로 그 책이었다. 시리즈명은 논의 끝에 캠핑을 가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사이언스 캠프’로 정했다. 총 4권의 책 제목은 각각 ‘물리 캠프’ ‘수학 캠프’ ‘기하학 캠프’ ‘화학 캠프’로 붙였다.
책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내용이 2쪽에서 많게는 4쪽 안으로 끝나도록 구성돼 있다. 실제 편집 과정에서는 편집 구성안보다 넘치는 번역 원고를 거기에 맞게 편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번역자 분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좀 더 매끄럽게 다듬고 편집도 밀도 있게 바꿈으로써 보기 편한 편집이 가능하게 되었다.
실제 출간은 한 달 간격으로 나왔지만 시리즈 특성상 편집 작업은 동시에 진행됐다. 네 권의 책에 대한 프로파일링 관리는 물론이고 같은 내용이 다르게 서술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동시에 작업하느라 당시로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덕분에 네 권의 수준은 고르게 유지되었다고 자부한다.
책이 출간된 후 중고등학교 과학, 수학 선생님들로부터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고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읽고 있다. 이 시리즈를 시작으로 과학 분야 출간에 탄력을 받아 국내 과학자들이 집필한 사이언스 갤러리 시리즈와 교양 과학 책들을 잇달아 내놓았으니 이 책이 컬처룩의 방향을 잡아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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