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경선도 시작하지 않은 새누리당에서 벌써부터 구체적인 낙천 또는 공천 대상자 명단이 돌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입에서 공천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뒤숭숭한 소문이 퍼지는 것이다. 공천 진행 상황에 잔뜩 긴장한 여권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25일에는 “이한구 위원장이 말한 보석 같은 인사는 친박계 예비후보 ○○○”이란 얘기가 돌았다. “수도권 A지역구에 이 여성후보가 전략공천 될 것이며 이는 BH(청와대)의 의중”이란 설명이 따라붙었다. A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새누리당 중진 의원의 지역구다.
앞서 이 위원장은 “면접에서 (정치신인 중에) 보물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런 분들이 잘 되도록 머리를 조금 써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보석’이 누군지를 두고 궁금증이 컸다. 마침 이 위원장이 여성ㆍ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 배려 공천제도인 우선추천제의 확대 적용을 주장한 바 있어 해당 여성 예비후보의 공천 내락설이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LㆍHㆍK 의원의 ‘컷오프 설’도 이 위원장의 ‘자격심사 강화’ 발언 때문으로 보인다. 세 의원은 특정 기관에 직원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이들이다. 이에 앞서 ‘친박계와 비박계의 동반 낙천 시나리오’도 돌았다. 비박계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려면 친박계에서도 희생자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서 친박계 다선 의원인 HㆍSㆍKㆍLㆍS 의원이 거명됐다. 심지어 S의원의 경우 “이미 공천 배제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 의원 10명에 대한 공천배제가 통보되고, 이한구 위원장도 전날 “거기(더민주)는 무식하게 대놓고 싹둑 잘라버렸지만, 우리는 그게 아니고 하나하나 솎아낸다”며 단계적 현역 물갈이 의지를 밝히자 당내 현역 의원들 사이에 낙천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26일에는 공천 혈투의 ‘뇌관’이랄 수 있는 대구ㆍ경북(TK) 지역 공천후보자 면접이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TK는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제기한 곳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그와 가까운 비박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는 ‘진박’을 자처하는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공천 신청을 했으나 고전 중이다. 비박계에선 친박계가 우선추천제를 활용해 TK를 비롯한 강세 지역에 진박 신인들을 공천하려고 끊임 없이 공천룰을 흔드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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