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휴대폰 22개 개통
게임머니 불법매매 거액 챙겨
이른바 ‘게임머니깡’으로 대기업 통신사를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유령법인 명의 휴대폰으로 게임머니를 결제한 후 되팔아 현금을 빼돌리고 소액결제 대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A통신사에 3,500여만원의 피해를 입힌 이모(40ㆍ무직)씨를 사기 및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북 포항의 모 전문대에서 정보통신학을 전공한 이씨는 대학 졸업 뒤 분실된 휴대폰을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장물아비로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장물죄 등 전과 4범으로 전락해 더 이상 장물을 팔아 넘기기가 어렵게 되자 2014년부터 ‘지능형’ 장물아비로 진화했다.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게임머니를 불법 매매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범죄 수법을 바꾼 것.
이씨는 우선 게임머니 매매에 이용할 휴대폰을 대거 개통하기 위해 유령법인 명의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김모(56)씨 등 17명은 ‘법인 명의를 넘기면 500만원을 대출해주겠다’는 내용의 대출 권유 문자를 받고 1인 법인을 설립해 이씨에게 명의를 제공했다. 대부분 신원이 불분명한 노숙인이거나 당장 돈이 궁한 신용불량자였다.
그는 이렇게 확보한 법인 명의를 활용, 휴대폰 22대를 개통해 게임머니를 결제하고 다시 되팔아 현금(게임머니깡)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이씨가 결제한 소액결제대금을 게임머니 판매사에 선지급했으나, 이씨에게서 청구한 결제대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까지 소액결제대금과 통신요금,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이씨가 A사에 지불하지 않은 금액은 3,500여만원에 달했다.
게다가 이씨는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놓이자 피해 금액 대부분을 보름 만에 빼돌리는 대범함도 보였다. A사는 지난해 1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600만원의 요금 미납 등을 이유로 이씨가 이용하던 휴대폰을 모두 직권해지했다. 하지만 그는 통신사가 해지한 유령법인 명의의 휴대폰을 대리점에서 다시 개통해 서둘러 2,900여만원의 게임머니 결제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범한 장물아비였던 이씨가 갑자기 범행 수법을 바꾼 점 등으로 미뤄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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