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물결 앞에 흔들리는 유럽연합

영국에서 시작된 탈(脫)유럽연합(EU) 운동(브렉시트ㆍ영국+Exit)이 유럽 내 각국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대거 유럽으로 밀려들면서 발생한 반이민정서가 ‘유럽회의주의’에 불을 지피면서 덴마크(덴시트)는 물론 체코(첵시트)에서도 탈EU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여부를 결정할 영국이 현재로서는 EU탈퇴 가능성이 가장 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 유럽 정상회의에서 영국 탈퇴 방지를 위한 합의안을 통과시킨 후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각 각료들조차 합의안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합의안에 법적인 효력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주장했고 이아인 던컨 스미스 고용연금장관은 새 합의안이 난민 유입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보수당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도 브렉시트 지지를 공개천명하고 나서면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에 이은 다음 주자로는 덴마크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라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캐머런 영국 총리의 개혁안을 적극 지지하며 덴마크의 EU 잔류를 옹호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그를 후원하는 소수 여당인 자유당은 의회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덴마크인민당과 연대하고 있다. 덴마크인민당은 1월 의회에서 자유당을 압박해 난민에게 체류비를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도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첵시트’논의가 시작될 것을 우려했다. 소보트카 총리는 23일 체코 CTK통신에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체코에서도 EU 탈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대국인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체코 내에서도 EU 탈퇴론을 수용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체코 내에서는 바츨라프 클라우스 전 대통령과 그가 속했던 우파 시민민주당이 유럽회의주의와 반이민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유럽회의주의가 득세하는 원인은 난민 유입과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12월 독일 쾰른 집단 성폭행 사건 등으로 유럽 내 반이민 정서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유럽회의주의 성향 집권당인 폴란드의 법과 정의, 헝가리의 피데스는 공개적으로 EU 탈퇴를 논의하지는 않지만 EU 주축의 난민 유화정책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9일 열린 양자회담에서 “난민 사태는 유럽 국경 밖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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