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단가 꾸준히 곤두박질
수거 선별 위탁업체들 운영난에
폐업하거나 자치구와 계약 해지
서울시 “쓰레기 대란 올라” 고심
#서울 용산구에서 6년째 재활용쓰레기 선별작업을 해오던 A업체는 지난 1월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이 업체는 용산구와 위탁계약을 맺고 구에서 수거한 재활용쓰레기를 선별,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해왔지만 폐지와 고물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운영난에 시달렸고, 결국 계약기간을 4년이나 남겨두고 폐업을 결정했다.
#영등포구에서 3년째 재활용쓰레기 수거와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B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 호황기를 구가하기도 했지만 폐지와 고철 가격 폭락에 인건비 부담이 늘어 사면초가에 몰렸다. B업체는 최근 선별 인력을 22명에서 19명으로 줄였지만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폐지와 고철, 알루미늄 등 재활용품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서울시 자치구들의 재활용쓰레기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구와 계약을 맺고 재활용품을 수거ㆍ선별했던 업체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거나 도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25일 서울시와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은 자치 구별로 민간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어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하고 있다. 업체는 구의 지원을 받아 수거한 재활용쓰레기를 폐지, 알루미늄, 고철, 페트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병류 등으로 선별하고, 이를 매각해 이윤을 냈지만 최근 재활용품 쓰레기 매각 단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운영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재활용 통계에 따르면 재활용품 원자재 단가는 2012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 최저가를 기록했다. 고철의 경우 2012년 1㎏당 395원을 호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98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압축페트병은 601원에서 298원으로, 철 캔은 308원에서 98원으로 떨어지는 등 대체로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활용위탁 처리 업체인 에코그린의 이형출 대표는 “위탁처리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업체들인데다 물류비,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가격이 다시 오르기만을 바라보며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탁처리 업체가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매입을 기피하는 일이 발생하면 부담은 결국 자치구에 돌아간다. 남준우 용산구 청소행정과장은 “위탁 업체가 계약해지를 통보한 이후 우선 쓰레기대란을 막기 위해 한 업체와 임시계약을 했다”면서 “분리수거 및 운반에 따른 인력과 장비가 기존의 2배 이상 투입되고 있는데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적당한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 TF팀까지 꾸려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인근 시 자원순환과장은 “자치구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위탁 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은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달부터 위탁 업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구를 중심으로 민관 TF팀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했고, 자치구별 재활용쓰레기 적치 상황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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