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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펑” 폭음 한시간 후… 마술처럼 눈이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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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펑” 폭음 한시간 후… 마술처럼 눈이 펑펑

입력
2016.02.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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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 담긴 폭죽 연기가

구름과 만나자 눈과 비로

2018년 평창 강설에 도움될 듯

올해부터 증우실험 본격화

상시화한 가뭄 해소 기대도

25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염화칼슘 연기를 구름으로 올려 비를 내리게 만드는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25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염화칼슘 연기를 구름으로 올려 비를 내리게 만드는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25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리선도센터.

대관령 자락 남쪽 해발 840m 에 위치한 이 센터 마당에서 ‘펑’하는 굉음이 울리며 새하얀 연기가 서풍을 타고 강릉 쪽으로 퍼져 나갔다. 이 기체가 상승해 구름에 닿으면 15분~3시간 뒤에는 영동지방 어느 곳에 비나 눈이 내리는 마술이 펼쳐진다.

400g의 염화칼슘이 담긴 폭죽을 연이어 터뜨리며 연기를 피워 올린 이 작업은 기상과학원의 ‘인공강우 지상실험’. 장기호 국립기상과학원 응용기상연구과 연구관은 "염화칼슘이 구름에 닿으면 수증기 입자들이 뭉쳐 비나 눈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연기가 구름과 조우했다는 신호였을까. 연기가 피어난 지 한 시간쯤 지나자 30명이 넘는 취재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질렀다. 하늘에서는 거짓말처럼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 연구관은 “작은 규모의 실험으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릴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 과학수준을 고려했을 때 인공적으로 눈이나 비를 내리는 일이 공상과학의 소재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인공강우 기술 연구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3년째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수자원 확보를 통한 가뭄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기술이다.

인공강우란 인위적으로 날씨를 제어하는 ‘기상조절’의 일종으로 구체적으로는 수증기를 머금고 있는 구름에 촉매제를 뿌려 비나 눈을 내리게 하는 일을 말한다. 구름 입자는 빗방울(지름 2,000㎛)의 100만분의 1 크기로 매우 작다. 여기에 ‘인공 구름씨’를 뿌려서 입자들을 뭉치게 하면 무거워진 입자들이 비나 눈의 형태로 지상에 떨어지게 된다. 차가운 구름(0도 이하)에 요오드화은(Agl)이나 드라이아이스 등 냉각물질(빙정핵)을 뿌리면 눈이 만들어지고, 따뜻한 구름(0도 이상)에 염화칼슘(응결핵)을 살포하면 비로 바뀐다. 살포 방식은 항공기와 로켓, 지상 연소 3가지로 항공기 살포가 성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로 눈이나 비를 만들겠다는 인간의 시도는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이뤄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연구도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1963년 처음 인공강우 항공실험이 이뤄졌고 2006년 대관령에 인공강우 전문기관인 구름물리선도센터가 설립되면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 현재 국내 인공강우에 배정된 예산은 연간 약 8억원. 중국(800억원)과 미국(300억원)에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기술력은 선진국의 30~50% 수준으로 분석된다. 기상과학원이 2008년부터 최근까지 23차례에 걸쳐 인공증설(增雪) 항공실험을 실시한 결과 100㎢당 평균 1.0㎝의 눈이 내린 것으로 검증됐다.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같은 면적에 1㎜의 비가 내린 것과 같다. 올해 6월까지 10번 정도 실험을 더 한 뒤 10월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성공률과 증설ㆍ증우량이 집계되면 상용화 시점도 점쳐볼 수 있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응용기상연구과장은 “현재 연구 진행 상황을 종합하면 2018년에는 평창올림픽에서 일정 부분 인공눈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험장비가 부족해 지금까지는 인공눈 실험이 집중됐지만 올해부터는 인공증우 실험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상시화 되고 있는 가뭄 문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호 연구관은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성공률도 검증되지 않았지만, 내년에 다목적 기상항공기가 도입되면 인공비 실험이 활성화할 수 있고, 가뭄 해갈 수단으로서 실용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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