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인 인터넷 패킷 감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 판단을 내리지 않고 종결했다. 2014년 카카오톡 사찰 논란 등 사회적 관심사인데도 헌법소원을 제기한 후 5년을 끌다 결국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헌재는 25일 전교조 소속 도덕 교사였던 고(故) 김형근씨가 전기통신 감청 내용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청구인의 사망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헌재는 “김씨가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그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으로서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승계되거나 상속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패킷 감청으로 불리는 통신제한조치는 인터넷 회선을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가로채 컴퓨터 화면 등 작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기술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수사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상 내란ㆍ외환 죄 등이 의심되는 사람에 한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 및 메신저 대화, 내려 받은 파일 등 범죄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 정보까지 수사기관이 취득할 수 있는데다, 법원이 허가한 감청 대상 이외에 그와 통신하는 주변인까지 대규모 사찰이 가능해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적지 않다.
김씨 측 법률 대리인이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 및 인권침해 요소가 큰 사안일수록 신속한 판단을 내리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5년이 지나도록 책임을 방기한 채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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