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농촌 마을 전체가 금연 성공

“거짓말처럼 골초 마을에 담배 연기가 사라졌습니다.”
경북 영주시 안정면 단촌1리 백곡마을에 골초들이 자취를 감췄다. 60세 이상 노인 62명이 32가구를 이루며 사는 이곳에는 1년 전인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명 중 1명 꼴인 21명이 담배를 피웠다. 당시 이 마을 임율(65) 이장이 경북도 특수시책인 건강새마을 조성사업에 동참하자며 ‘전체 주민 금연’을 외쳤을 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던 일이었다.
“이 사람아, 내가 얼마나 더 살겠다고 어릴 때부터 피워온 담배를 끊겠나.” 이 마을 최고령자인 이기덕(87) 할아버지도 금연 권유에 손사래를 쳤다. 마을회관 회의 때도 담배연기가 자욱할 정도였던 이 마을은 임 이장의 설득으로 한 명 두 명 금연에 동참하다 지난해 9월부터는 전원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임 이장이 금연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 영주시 건강조사에서 백곡마을이 건강취약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임 이장은 “금연운동 초기에는 온 마을을 다니며 담배 냄새 나는 곳을 찾아 다녔다”며 “당사자가 설득이 되지 않을 때는 가족이나 마을 어른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민 김인식(69)씨는“담배를 하루 피우면 손가락 사이가 노랗게 변할 정도였다”며 “이장이 설득하고 주변 사람들이 ‘냄새 난다’고 핀잔도 줘서 금연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 보건소는 지난해 9월 마을 입구에 ‘담배연기 없는 행복한 마을’이라는 현판을 설치하고 금연 동참자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등 체계적인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영주시가 흡연자 21명에 대해 일산화탄소 측정기로 흡연여부를 확인한 결과 6개월 정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영주시보건소는 지난 17일 이들에게 금연성공증서와 기념품을 전달했다.
강석좌 영주시보건소장은 “마을금연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 서로 돕고 의지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제2, 3의 금연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손을 맞잡겠다”고 말했다.
영주=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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