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사망한 앤토닌 스캘리아 연방 대법관의 후임으로 중도 성향의 현직 공화당 소속 주지사를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4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대법관 후보 물색에 나선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브라이언 샌도발(52) 네바다 주지사를 만나 의사를 타진했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반대하며 인준청문회마저 거부한 공화당 주도의 상원을 달래기 위해 중도 성향의 샌도발 주지사를 신임 대법관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계인 샌도발 주지사는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연방 판사로 임명(2005년)된 후 2010년부터 네바다 주지사를 역임하고 있다. 샌도발 주지사는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등 공화당과 뜻을 같이 하면서도 낙태 합법화에는 찬성해 중도성향으로 분류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임기 내 신임 대법관 지명을 강행하기 위해 일부 이슈에 있어선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공화당 인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샌도발 주지사를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목하려 한다는 보도에도 공화당은 “달라질 게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WP는 “공화당은 인준청문회 거부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수의 지도부 인사들을 인용했다. 공화당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검토하는 분위기에 진보 진영도 마뜩하지 않아 보인다. 샌도발 주지사가 2014년 네바다주에서 총기 구매자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진보단체 ‘미국을 위한 민주주의’의 대표인 찰스 체임벌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친 기업 성향이 뚜렷한 대법원에 또 다른 반(反) 노동 공화당원인 샌도발 주지사를 지명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 자신의 업적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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