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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반발 도리어 패기 있고 좋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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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반발 도리어 패기 있고 좋은 모습”

입력
2016.02.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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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진흥원장에 임명된 이기성 계원예대 명예교수.
출판진흥원장에 임명된 이기성 계원예대 명예교수.

“제가 64학번이에요. 계엄령 떨어지고 검문할 때에요. 장남인데다 세상이 위험하니까 아버지가 ‘안되겠다, 넌 가업을 받아라’해서 대학 1학년 때부터 아버지 밑에서 출판 일을 배웠어요. 한 25년 정도 책 만들었죠. 그런데 문외한이라고 하니까…. 허허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임기 3년) 2대 원장으로 25일 임명된 이기성(70) 계원예대 명예교수는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단행본 출판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전날 이 교수의 원장 내정 소식을 전하면서 그를 “문외한” “낙하산” 같은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속 쓰릴 법도 한데 이 교수는 자기가 살아온 얘기를 꺼냈다. “원래는 유학 가려고 했어요. 가업 때문에 아버지가 반대하셨죠. 출판 일을 하다 전자출판을 공부했고, 마침 계원예대에 전자출판을 다루는 학과가 생긴 겁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기는 거고 내가 꼭 하고 싶다 했더니 그제서야 ‘그러면 주 2회 출판사로 나오고 그 외 시간에 강의를 나가라’해서 겨우 허락 받은 겁니다. 그렇게 엄격하게 출판 일을 배웠습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출판사와 아버지는 장왕사의 이대의(98) 대표다. 이 대표는 출판인 1세대로 장왕사를 세워 1960, 70년대 검인정교과서 시장에서 이름이 있었다. 진흥원장에 응모한 것 역시 아버지 친구들과 전자출판업계의 권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과 공부와 강의 경험이 있으니 그 재주 썩히지 말라며 추천서를 써와 도장 찍으라 길래, 그럴 바에야 내 손으로 내자 싶어 지원했어요.”

이 교수는 원장으로 취임한 뒤 제1 목표로 ‘전자출판 인프라 마련’을 내걸었다. “지금까지 연구한 게 전자책의 기획, 편집, 제작, 마케팅입니다.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향후 10년을 내다 본 전자출판의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자출판은 유통 중심의 산업 논리에 가깝다는 우려에 대해 “1인 출판, 독립 출판하는 분들 이야기도 잘 들어서 다양성을 해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출판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섭섭하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출판인들이 그렇게 강력한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가 출판계가 살아 있다는 뜻 아니겠어요? 원장 취임 뒤에 그 분들 의견까지 잘 받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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