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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여명’이라는 서명

입력
2016.02.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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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사망한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죽기 전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수신인은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 보위는 글 끝에 ‘dawn’이라 서명했다. 그러곤 며칠 후 사망. 보위가 죽음을 수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노는 그 서명을 통해 알아챘다고 한다. 요컨대 죽음을 받아들여 새로운 세상을 맞는다는 뜻. 상식적으론 ‘sunset’이라 써야 더 맞지 않을까 싶지만, 죽음이란 게 무슨 과업 완수하고 해질녘 퇴근하는 일상 절차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스위스 태생의 죽음학 권위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은 끝이 아니다. 우리가 이것을 알게 되면, 삶은 너무나 아름다워진다”고 말한 바 있다. 죽었다가 살아나 본 적 없는 대부분 사람들에겐 잘 와 닿지 않는 얘기일 수 있다. 허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떤 빛에 대해 얘기한다. 긴 터널 끝에 온 우주가 하얗게 밝아지는 죽음의 빛. 영화 같은 데서 종종 묘사되는 죽음의 영상은 바로 그 빛을 본 근사(近死) 체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삼는다. 살면서 그런 빛을 본 적 있는가. 아주 힘들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싶었던 한순간, 그래서 죽음에 몰두하는 긴 암흑 끝에서 잠깐 스쳤던 것도 같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함부로 말하긴 힘들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끝에 ‘여명’이라 쓰고 나를 가만히 돌이킬 수 있을 때, 그 사람에게만 넌지시 들려주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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