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등
대북정책 3년간 쏟아냈지만
北 도발로 공허한 구호에 그쳐
‘잃어버린 3년인가, 새로운 길의 시작인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압박과 제재 중심의 강경책으로 180도 전환됐다. 남북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이끌겠다며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내걸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현 정부 스스로 거둬들인 셈이다. 비핵화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교류 등 남북관계는 없다고 못 박은 만큼 남은 2년 임기 내 남북관계 회복도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 3년 간의 대북정책이 공허한 구호만 나열됐을 뿐, 정작 북한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전략이 부재했던 게 가장 큰 실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년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책 보다는 포용 기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비 정치 군사분야에서부터 작은 신뢰를 쌓아 비핵화 문제도 점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기본 틀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을 향한 구애의 연속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줄기차게 대북 제안이 이어졌다.
취임식을 코 앞에 두고 불거진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 도발에도 박 대통령은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2014년 3월에도 박 대통령은 ▦남북 공동번영의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목표로 한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하며 민생 문화 환경의 3대 통로를 열어가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틈나는 대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및 경원선 철도 구간 연결 등 남북 협력사업을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런 제안들은 구호에 그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전제조건인 ‘하우(how)’에 대한 액션 플랜이 없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폐기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강력한 대북 압박 기조가 보다 강화된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중단 등 강경 조치에 대해 당장은 반대와 비판이 있을지 몰라도 대통령은 이번이 장기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고 한반도의 안정을 가져올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새로운 실험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압박과 제재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통일 기반 구축 및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먼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 관료는 “강한 채찍만이 대북정책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없다는 건 이명박정부 시절의 경험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며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장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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