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에 이어 현대음악 작곡가 류재준도 영화음악에 도전한다. 작품은 김언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설계자들’로 류 작곡가는 주요 테마곡을 쓸 예정이다. 류재준 작곡가 소속사 오푸스는 “부산영화제 관계자를 통해 박균수 감독을 소개받았고, 원작이 흥미로워 지난해부터 영화음악 작곡을 검토해왔다”며 “몇 차례 수정된 시나리오를 읽고 최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클래식 음악가들의 영화음악 참여는 해외에서 종종 시도해왔다. 할리우드의 경우 제작비의 5%를 영화음악 제작에 사용하는 게 관례라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특히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자주 참여했다. 클래식 공연, 음반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클래식 음악가들 역시 대중과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이 영화 ‘쉰들러 리스트’ ‘게이샤의 추억’ 음반에 참여했고, 첼리스트 요요마는 영화 ‘와호장룡’ ‘게이샤의 추억’ ‘티벳에서의 7년’ 등의 삽입곡을 녹음했다. 현대음악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음악의 테마곡을 쓰기도 했다. 최근 클래식 음악가들의 크로스오버 작업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구스타보 두다멜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의 스타워즈 OST 참여다. 스타 지휘자인 그는 오프닝과 엔딩곡을 비롯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삽입곡 중 4곡을 지휘했다.
영화음악 녹음 과정은 일반 클래식 음악 녹음과 현저히 다르다. ‘심플 송’처럼 예외적으로 선 녹음, 후 촬영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영화를 먼저 찍고 연주를 녹음하기 때문에 “작곡가의 의도”보다는 영화 장면에 맞춰 박자와 리듬을 계산해 연주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의 테마곡을 작곡한 최승현 음악감독은 “예전에는 지휘자가 촬영 화면과 악보를 동시에 보며 지휘했다”며 “존 윌리엄스 같은 작곡가들이 이 방식을 여전히 선호하지만 상당수 작곡가들은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템포맵’을 만든다”고 말했다. 먼저 촬영 장면에 맞춰 가상의 악기가 연주한 데모 음반을 만들고, 컴퓨터 프로그램 파일을 이용해 메트로놈처럼 박자만 표시하고 연주를 지운 ‘시퀀스’를 만들어 연주자와 지휘자가 이 시퀀스를 들으면서 녹음한다.
국내 영화의 경우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전체 영화 제작비 대비 영화음악에 쓰는 제작비 비율도 낮아 유명 클래식 연주자, 작곡가가 참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06년 음악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당시 신인이었던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연주자로 참여한 정도다. 대개의 경우 국내외 콩쿠르 수상 실적이 있는 대학생, 국공립 오케스트라 단원 등이 연주하며, 대규모 오케스트라 녹음은 체코 등지에서 한다. 세계적으로 영화음악 녹음을 체코에서 많이 하는 것은 이곳의 시스템이 잘 갖춰진데다 녹음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영화음악 관계자는 “국내 영화음악 오케스트라 녹음의 절반은 ‘더 시티 오브 프라그 필하모닉’과 ‘체코 내셔널 심포니오케스트라’가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