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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정신 지켜 새롭고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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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정신 지켜 새롭고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

입력
2016.02.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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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축하모임에서 백낙청 명예편집인 등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강일우 창비 대표, 한기욱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백 명예편집인, 발행인을 지낸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정례 시인, 염무웅 문학평론가.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축하모임에서 백낙청 명예편집인 등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강일우 창비 대표, 한기욱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백 명예편집인, 발행인을 지낸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정례 시인, 염무웅 문학평론가.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창작과비평 50년사는 창간부터 우리 사회의 낡은 가치에 대한 도전과 혁신의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과거에 걸어온 길보다 훨씬 힘든 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온 창비 정신을 굳건히 지키고 한결 같되 날로 새롭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강일우 창비 대표)

계간 창작과비평이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1966년 1월, 132쪽에 정가 70원이 매겨진 작은 잡지는 반세기를 통과하며 한국 리얼리즘 문학과 인문사회 담론의 장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50년 간 창비를 이끌어온 백낙청 편집인과 김윤수 발행인, 백영서 편집주간이 동반 퇴임하며 대규모 세대 교체를 거친 창작과비평은 강 대표 겸 편집인, 한기욱 주간을 필두로 새 편집진을 꾸리고 다음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24일 오후 6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간 50주년 기념행사에는 백낙청 명예편집인, 고은 시인, 염무웅 문학평론가,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애란 소설가, 최정례 시인 등 문학ㆍ출판계 안팎에서 150여명이 참석해 창비 50년을 축하했다.

지난해 11월 창비 시상식 자리를 빌어 간단하게 퇴임사를 밝혔던 백 명예편집인은 이날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공로패를 받았다. 창비 지지자들과 선후배 문인을 일일이 언급한 그는 지난해 창비의 성과로 서울 사옥 건립과 “문학권력 시비를 견뎌낸 것”을 꼽으며 “논란을 일시적으로 면하고자 남에게 손가락질하거나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잘못한 것처럼 무릎 꿇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던 우리에게 창비는 커다란 힘이었다”며 “창비에는 평화, 통일, 지성, 민주주의, 운동성의 회복이 있었고 이 정신은 오늘 그대로 유효하다”는 말로 축사를 대신했다. 이어 최정례 시인이 축시를 낭송했고, 고은 시인이 건배를 제의했다.

이날 발행된 50주년 기념호(2016년 봄호)에는 개편 이후 창비의 방향성을 담았다. 한기욱 주간은 머리말 ‘새 50년을 열며’에서 우리 사회와 문학에 헌신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문학 중심성 강화’와 ‘현장성 강화’를 방침으로 내세웠다. 한 주간은 권두논문을 통해 “공동체와 대중의 삶에 열려있는 문학”을 천명하며 “우리 사회의 어그러진 세계와 유별난 갑을관계를 바꿔낼 문학적 대응과 변혁적 주체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28년 만에 쓴 단편 소설 ‘만각 스님’을 비롯해 창비 진영을 대표하는 시인 고은, 신경림, 이시영, 김용택씨의 신작시도 실렸다. 창비와 오랜 경쟁구도를 형성해온 문학과지성사의 간판 시인 황동규, 마종기, 정현종씨, 여성 시인 천양희, 문정희, 강은교, 김혜순, 최승자씨의 시도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축하행사에 앞서 사사(社史)를 정리한 ‘한결같되 날로 새롭게: 창비 50년사’도 출간됐다. 저자 44명, 인터뷰이 17명이 참여한 이 책은 창비 역사를 지켜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반세기 역사를 정리하고 핵심 담론을 추렸다.

창비 초창기 ‘분례기’를 연재했던 소설가 방영웅씨가 당시 영화배우 못지 않았던 자신의 인기를 유쾌하게 회고하고, 신경림 시인과 황석영 소설가는 지금은 유명해진 문인들을 처음 발굴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백낙청 명예편집인은 백영서, 심진경, 한영인씨와의 대담에서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시절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김우중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았던 일과 소설가 신경숙씨의 문학을 인정함으로써 받은 비난에 대해 얘기했다. 1970, 80년대 민주화 투쟁에서 검열, 폐간, 출판사 등록 취소 등 갖은 고초를 겪었던 창비의 수난사와 민족문학의 구심점 역할을 한 민족문학론, 사회구성체논쟁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분단체제론 등 지난 50년간 발전시켜온 문학담론 및 사회사상도 볼 수 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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