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숙
잡초 무성한 비무장지대 소파에 앉아
말은 소음이라며 서로의 입 속에 가둔다
내 처용무 속 여자들만
울긋불긋 오방색 휘두르며 떠들어댄다
그 기원을 먹고 자란 사랑초들이
바람의 몸 탐하려 기웃거리는 걸 보며
부부가 참, 모처럼 깊은 밤 대화를 나눈다
만약에, 우리 만약에 산소 호흡기 꽂아
생명 연장은 하지 맙시다
나 죽으면 화장해서 뿌릴 건가?
아님 선산 어디에 묻어 줄 건가?
우리가 좋은 기 흐르는 땅에 묻혀야
자손이 편안하다는데
자기 먼저 가버리면 나는 누가, 어디에, 우야노?
사는 동안 울림 큰 징이 되겠다고
풋울음 잡느라 한 세월 다 보낸 두 사람
오랜만에 같이 흐드러져 색 접기라도 기대하며
그새 꽃 피운 거실 한란들
마구 밀려드는 적막의 깊이, 그 무게
달아보다가 얼른 옷깃을 바로 잡는다
시인 소개
1948년 경산 자인産, 경북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후 국어교사역임.
계간지<시와시학>에서 신인상 수상(93년),포엠토피아. 시마을?,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에서 현대시 창작반 강의.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경회장 역임, 현)시와시학시인회 회장.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10년), 대구 시인 협회상 수상(15년). 저서: 제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외 다수
해설 ? 성군경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들은 한 발 물러서는
생각의 그물이 직조되어 눈빛으로 대화할 수 있다.
노부부가 남겨진 삶을 가늠하며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을 피우는 한란처럼, 존중, 배려, 감사, 연민의 꽃을
돋우는 것은 참사랑이 농익은 모습이다.
비록 님이 그 강을 건넌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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