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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중ㆍ고 학사 파행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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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중ㆍ고 학사 파행 장기화 조짐

입력
2016.0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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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예지중ㆍ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24일 교내에서 이사진 전원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예지중ㆍ고 정상화추진위 제공
대전 예지중ㆍ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24일 교내에서 이사진 전원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예지중ㆍ고 정상화추진위 제공

대전교육청 감사 뒤 첫 이사회 개최

감사결과 처분 다음 달 25일로 미뤄

이사진 퇴진 등 재학생들 요구 무산

“교실 난방비를 아낀다길래 목도리까지 두르고 언 손가락을 불어가며 공부한 게 너무 억울하네요”

24일 대전 예지중ㆍ고 주차장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말만 잘 들으면 된다고 순진하게 생각한 게 정말 바보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예지중ㆍ고 재학생을 주축으로 꾸려진 정상화추진회는 이날 오전 학교에서 이사회가 열리자 ‘이사진 전원 퇴진’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가세해 당초 예상보다 배 이상 많은 8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 날 이사회서 대전시교육청의 특별감사 처분 내용을 심의한 뒤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갑질 교장 중징계’, ‘잘못된 이사 승인 교육청이 책임져라’, ‘우리의 소원은 학교 정상화’ 등을 외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단측은 학생들이 밀려들자 이사회를 당초 계획한 지하 회의실이 아닌 이사장실로 옮겨 문을 걸어 잠그고 진행했다. 뒤늦게 이사회 장소가 바뀐 것을 알게 된 추진위는 이사장실 근처에서 계속 이사 전원 퇴진을 외쳤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행정실 직원이 휴대폰으로 1층 복도에서 몰래 녹취를 하다가 학생들에게 들켜 삭제되기도 했다.

이사회가 끝난 뒤 주차장에서 몰려든 학생과 졸업생들이 이사회 결과를 물었지만 이사들은 한결같이 입을 닫고 빠져나가기 바빴다. 갑질 논란의 중심인 박규선 교장은 학생들에게 에워싸여 있다가 아들인 행정실장 직무대리와 함께 도망치듯 주차장 밖으로 나갔다.

재단 이사인 박 교장의 부인은 나가는 길을 막아선 학생들에게 “그렇게 싫으면 학교 다니지 마라”는 등 막말을 했다. 흥분한 학생들이 박 교장의 부인에게 “남편처럼 갑질을 하느냐. 수업료 내놓으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또 다른 이 재단 이사는 학생들이 막아 선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날 돈을 받고 학생회장을 학교 측에서 뽑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여러 재학생들은 “관례처럼 학교발전기금을 내는 사람을 회장으로 뽑았다고 들었다. 투표도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또 “행정실 직원이 몰래 녹취를 할 수 있느냐. 누군가의 지시 때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따졌다.

한 재학생은 “학교에서 토요일에도 몇 만원씩 돈을 내고 칭찬 지도사 등의 교육을 받게 했다”며 되돌아온 건 배신감뿐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파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는 학교와 재단의 예산안만 처리하고, 정작 이사진 퇴진 등 현안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재단 한 이사는 “대전시교육청에서 보낸 감사 처분서는 접수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결정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지중ㆍ고의 학사 파행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감사 처분은 시교육청에서 정한 다음 달 25일까지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박규선 이사장 겸 교장은 교사들에게 강제로 대출을 받게 해 돈을 빌리고, 명절 떡값을 요구하는 등 갑질 행태로 공분을 샀다. 대전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벌여 박 교장 등에 대한 해임 처분을 내렸다. 그 후 박 교장은 이사장과 교장, 이사직까지 모두 내려놓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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