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노조 방침에 따라 운항을 거부한 기장을 대기발령했다. 임금협상 결렬로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준법투쟁에 돌입한 조종사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1일 오후 11시 45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발 인천행(KE624편) 여객기 조종을 거부한 박모 기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임금협상 결렬로 노조가 이달 19일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20일부터 준법투쟁을 시작한 이후 첫 사례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박 기장은 21일 오전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KE621편) 여객기를 조종해 현지에 도착, 12시간 휴식한 뒤 KE623편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닐라행 여객기가 활주로 혼잡 등의 이유로 현지에 예정보다 24분 늦게 도착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박 기장은 KE623편을 조종할 경우 12시간 9분을 근무하게 돼 ‘24시간 내 12시간 근무 규정’에 어긋난다고 사측에 밝혔고, 같은 날 오후 여객기로 도착한 조종사가 휴식 없이 대신 조종하도록 사측을 통해 스케줄을 조정했다. 박 기장은 조종석이 아닌 승객석에 앉아 돌아왔고, 23일에 오후에는 인천공항 내 식당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에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해 언론에도 보도되기도 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9일 정시출근 및 안전 최우선 비행준비, 항공법위반 운항 거부 등이 골자인 ‘투쟁명령 1호’를 선포했다. 박 기장은 노조 교선실장을 맡고 있다.
사측이 인트라넷을 통해 박 기장 대기발령을 공지하자 노조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측은 “조직적 지시에 의해 사전 의도된 것인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조사 뒤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상 25분 정도인 사전 비행브리핑을 1시간 이상해 출발이 지연됐다”며 “항공법상 비행근무시간 기준은 13시간이고, 단협에도 기상이나 기체 고장 등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14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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