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최고 권좌를 지키고 있는 카스트로 가문의 맏형인 라몬 카스트로가 23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보도했다.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라몬 카스트로는 쿠바 혁명을 일으킨 쿠바의 상징 피델 카스트로(89)와 현재 국가평의회 의장인 라울 카스트로(84)의 친형이다.
쿠바 동부 올긴주에서 출생한 라몬은 피델과 라울 두 동생이 체 게바라와 함께 1959년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린 혁명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가족 농장에서 조용히 지냈다. 라몬은 피델이 정권을 잡고 반세기 간 쿠바를 통치할 때에도 권력 전면으로 등장하지 않았으며 평생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했다. 다만 1960년대를 전후해 쿠바 농업설탕부 고문을 지내고 몇몇 국유기업 설립에 관여하기도 했다.
하얀 턱수염을 길러 피델을 닮은 외모로도 유명했던 라몬은 동생들과 우애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 일간 가디언은 “3형제가 쿠바 가톨릭 학교에 함께 다니며 장난을 많이 쳐 교사들이 골치를 썩였다”라며 “라몬은 1953년 피델과 라울이 쿠데타에 실패해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편지와 담배, 햄 등을 보내며 정을 나눴다”고 전했다. 사망 전 아바나 거리에서 트랙터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했던 라몬은 치매로 고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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