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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막춤의 원리

입력
2016.02.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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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감기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운동부족을 실감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의 갑갑증이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30분씩 집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별한 형식이 없는, 이른바 막춤이다. 그래도 아주 규칙이 없는 건 아니다. 모든 춤이 그렇듯 가장 중요한 건 발놀림, 즉 걷기이다. 동작이 크건 작건 정확하고 분명하게 박자를 타는 게 관건이다. 음악은 주로 비트가 센 록 음악이지만, 슬로 템포의 곡들도 나름 묘미가 있다. 속도가 느리건 빠르건 팔다리를 크게 펴고 고개를 둥글게 움직이기를 반복하면 비좁게 맺혀있던 가슴 안쪽이 열리는 기분이 들곤 한다. 공간의 넓이는 상관없다. 방안에서건 주방에서건 음악에 맞춰 그저 일상 동작의 마디들을 세밀히 자각하면서 부드럽고 윤기 있게 풀어주는 기분으로 움직이면 된다. 큰 거울이 있으면 더 좋다. 혼자서든 여럿이든 춤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자의식이 민망함이다. 쑥스럽고 우스꽝스러워 보일수록 더 거울을 응시하는 게 좋다. 땀이 나고 호흡이 차면서 내가 누구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기분이 느껴지면 그 순간이나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딱히 불행하지만은 않은 착각을 즐길 수도 있다. 이 얘길 누구에게 했더니 내 방에 CCTV를 달고 싶다고 하더라. 그럴 수 있다면 그러라고 했다. 내가 나를 내려놓고 스스로 솔직해지겠다는데 가릴 게 뭐 있으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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