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400만 시대. 우리나라에선 1,000만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 인구의 절반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미국이나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적은 숫자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가구 수가 단기간에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갑자기 커졌다.
그러다 보니 반려견 건강이나 질병 외에도 반려견의 문제행동에 대한 고민상담을 하는 반려인들도 크게 늘었다.
반려견들에게서 나타나는 군집생활의 성향, 사냥 본능, 짖기, 씹기, 공격성, 영역표시하기 등은 인간에게 인간으로서의 본능이 있듯이 반려견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본능이다. 그런데 가정에서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강아지가 보여주는 이런 본능적인 행동을 우리는 ‘문제행동’이라고 규정하고 강아지를 혼낸다. 인터넷에는 ‘문제행동’을 예방하거나 교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방법도 넘쳐난다.
대부분의 갈등, 또는 문제행동은 강아지를 사람으로 바라보는 보호자의 잘못된 견해에서 비롯된다.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강아지의 몸짓과 언어를 배우고 이해해야 필요가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후 보호자들이 맞닥뜨리기 쉬운 문제들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반려견 우울증이라고도 하는 분리 불안증이다. 개는 무리생활 본능이 있어서 혼자 남겨지면 극심한 불안감을 느낀다. 야생에서 무리에서 떨어지면 포식자의 사냥감이 되기 때문에 혼자 남겨지면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심을 느낀 반려견은 계속 짖거나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여기저기 배변을 하고 가구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한다.
둘째, 시도 때도 없이 짖는 행동이다. 강아지 시절 사회화 교육을 받지 않은 반려견은 낯선 사람, 낯선 소리에 더 민감히 반응해 짖는다.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낀 반려견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짖는다.
특히, 택배 기사가 방문하는 등 집 밖에서 소리가 나면 짖는데, 이때 시간이 지나 밖에서 나던 소리가 멈추면 반려견은 자기가 짖어서 불청객이 떠나고, 소리가 사라진 것으로 인지한다. 반려견은 “야호, 내가 짖으니 달아난다!” 고 스스로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공격성이다. 야생에서 개들은 자신의 영역 또는 사냥감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을 한다.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영역을 지킬 일도 사냥을 할 일도 없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 심지어 가족 중 특정인에게도 공격성향을 보이는 반려견이 있다.
이런 행동은 어미 젖을 너무 일찍 뗐거나 어미와 형제들과 일찍 떨어져서 입양된 강아지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강아지가 엄마 젖을 먹을 때 너무 세게 빨거나 물게 되면 어미가 화를 내거나 자리를 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그러면 강아지는 무는 정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 또 형제들과도 물고 짖고 뛰어 놀면서 여러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기회를 잃으니 조절능력을 학습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보더콜리와 같은 목양견이나 비글, 코커스패니얼 등의 사냥개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품종이 실내에서 생활할 경우 다른 품종에 비해 이런 행동을 보일 확률이 높다. 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해야 하는데 실내에서 머물며 에너지를 다 쓰지 못하면 당연히 사람의 관점에서 문제로 여길 만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위와 같은 반려견의 행동을 예방하는 데는 ‘강아지 사회화 교육’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아지 사회화 교육’이란 용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려인 사이에서 매우 생소했지만, 지금은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강아지들에게 사회화 교육을 시켜야 하는 가장 좋은 시기는 2개월에서 4개월령 사이로, 이 때 다양한 환경, 소리, 물건, 사람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배우 송중기씨가 출연한 늑대소년이라는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기를 초기 교육 없이 생후 몇 년간 방치하면 어떻게 될 지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사람과 함께 가족의 일원으로, 사람과 같은 주거 조건 아래 살아가는 강아지들에게도 늦지 않게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려견에게 산책은 강아지에게 필요한 운동량 충족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회화 교육의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도 적정 나이가 되면 가족의 품을 떠나 어린이 집에 가 다른 친구를 만나듯이, 요즘은 ‘퍼피 클래스(강아지 교실)’ 처럼 강아지들이 또래 강아지들을 만나 훌륭하게 사회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동시에 보호자도 강아지의 행동, 습성, 특성에 대해 기초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두 마리를 함께 입양하는 것도 반려견의 사회화에 도움이 된다. 반려견끼리 같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화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마리 이상 여러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 예상하지 못한 추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무리 중 한 마리만 왕따를 시키고 괴롭힌다거나,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모든 강아지들이 함께 짖어서 소음문제로 이웃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배변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양육비용과 의료비용 등 보호자의 경제적인 사정과 여러 마리 강아지를 돌보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 마리가 곰팡이성 피부병이나 켄넬코프, 인플루엔자, 기생충 감염 같은 전염성 질환에 걸리면 전염을 차단하기도 쉽지 않다.
분별력 있는 반려인들끼리는 ‘문제 있는 보호자는 있어도, 문제 있는 개는 없다’ 라는 말에 공감하곤 한다. 우리 강아지가 앞으로 일으킬 문제행동에 고민하기 전에, 사회화 교육을 받게 해주고,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란다.
문재봉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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