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특수절도 혐의로 1년 6개월 구속됐다 지난 2013년 8월 출소한 김모(52)씨는 생활이 여의치 않자 또 다른 한 탕을 준비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강도치상 및 절도 등 전과 11범인 김씨는 이미 경찰에 얼굴이 알려졌던 것이다.
김씨는 그래서 자신은 뒤에서 모집과 관리를 담당하는 총책을 맡고 자신을 대신해 범행을 실행할 ‘일꾼’을 고용하기로 했다. 그는 포털사이트 구인구직 카페에서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합니다. 아무 일이나 시켜주십쇼”, “큰 돈을 벌고 싶습니다”라며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연락, 면접을 실시했다.
김씨는 면접자 가운데 범행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이모(33)씨, 성모(26)씨, 도모(26)씨 등 3명을 선택한 뒤 “아파트를 터는 일이고 일주일에 500만~1,0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 동선만 잘 잡으면 경찰에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모텔에서 합숙하며 철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아파트 현관문에 구멍을 뚫고 철사를 넣어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식의 범행 연습을 위해 일행이 머물고 있는 모텔 방문도 뚫어보는 등 예행 연습도 했다. 이들은 직접 아파트에 침입하는 ‘일꾼’과 망보기 역할을 하는 ‘안테나’로 역할을 분담하고, 인터넷에서 범행할 아파트를 물색하기도 했다. 이들은 범행 발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주로 한 층에 한 집만 있는 고층의 계단식 아파트를 노렸다.
김씨는 또 ‘초인종을 세 번 누르고 인기척이 없으면 노크를 세 번, 이후 발로 한 차례 차서 부재 여부를 확인한다’, ‘지급한 대포폰은 보고 시에만 전원을 켜두고 평소엔 꺼둔다’, ‘조기취침을 하고 매일 오전 7시30분 대포폰으로 출발 보고, 12시 오전 범행 성공 여부 보고, 오후 3시 절취품목 보고를 한다’ 같은 행동 규칙을 정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만약 범행을 하지 않거나 임의로 그만둘 경우 경찰에 인적 사항을 넘기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당은 지난달 26일 마포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현금과 고급시계 7점, 순금열쇠 1개, 귀금속 등 6,7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절취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5일까지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돌아다니며 19차례에 걸쳐 1억600여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도주시 택시를 3번 갈아타고 접선장소로 이동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들에게 물품을 받은 뒤 장물업자 홍모(68)씨에게 팔았고, 건당 50만원 가량을 이씨와 성씨, 도씨에게 나눠줬다. 이들의 범행은 수도권에서 유사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이를 뒤쫓던 경찰에 덜미를 잡히며 끝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수도권 일대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특수절도)로 김씨와 이씨를 구속하고 성씨와 도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장물업자 홍씨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예전에도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을 모아 절도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며 “신용불량과 과다채무로 빚이 많던 20~30대가 범행에 손을 댔다”고 설명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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