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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증권사 “150조 만능통장 시장 선점”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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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증권사 “150조 만능통장 시장 선점” 쩐의 전쟁

입력
2016.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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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ㆍ골드바 경품ㆍ고금리 RP 혜택

은행에 일임형 상품 허용 후 경쟁 불꽃

은행 ‘영업망’ 증권사 ‘자산관리 역량’ 강점

과당경쟁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증권사와 ISA하세요! 증권사와 이사하세요!'라는 카피를 내세운 금투업계 ISA 광고의 한 장면. 금융투자협회 제공
'증권사와 ISA하세요! 증권사와 이사하세요!'라는 카피를 내세운 금투업계 ISA 광고의 한 장면. 금융투자협회 제공

금융권에 ‘이사’(ISA) 시장을 둘러싼 전쟁이 한창이다. 다음달 14일 출시를 앞둔 만능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때문이다. 만성화되는 저금리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갈수록 먹거리가 줄어드는 금융사들에게 ISA는 생존을 위한 탈출구나 다름 없다. 업계는 ISA 시장 규모가 5년 후 최대 15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과 증권사들의 치열한 샅바 싸움과 향후 보완과제 등을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불붙은 고객 선점 전쟁

ISA는 하나의 계좌에 예ㆍ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금융권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어 자유롭게 굴릴 수 있는 상품.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먼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금융사들이 사활을 건 사전 마케팅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권에선 지난해 계좌이동제 시행 직전보다 훨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경품부터 화려하다. 신한은행은 ISA 가입 예약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아반떼)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의류관리기, 로봇청소기 등 다른 고가 전자제품도 경품 목록에 등장했다. NH농협은행도 ISA 신규 가입 고객에게 골드바(10돈ㆍ37.5g)를 비롯, 1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을 마련했다. KEB하나은행은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스 가입자가 ISA에 가입하면 하나머니 3,000포인트를 준다. 또 이들 중 일부를 선정해 가전제품, 가족여행권 등 경품을 준다는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ISA 사전 예약 고객 중 추첨으로 1만명에게 모바일 문화상품권 5,000원권을 지급한다.

은행권의 최대 무기인 우대금리, 수수료 면제도 빠질 수 없다. KB국민은행은 ISA 가입자에게 ‘KB국민프리미엄적금’ 가입 시 우대금리, 각종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ISA에 가입 시 금리를 최대 연 2.1%까지 주는 ‘ISA 우대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증권사들은 고금리 환매조건부채권(RP)을 미끼로 고객들을 유혹 중이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이자를 붙여 되사는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파는 채권으로, 안정성이 높아 주로 신규나 우량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KDB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ISA 사전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5% 특판RP 가입 혜택을 주고 있다. 2%가 채 안 되는 최근 RP 금리를 감안하면 역마진을 감수하고 내놓은 파격적인 조건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사전 예약 고객에게 4% 특판RP를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ISA 상담 신청 고객 중 선착순 1,000명에게 음료 기프티콘을 지급하고 특판RP와 경품 행사도 준비 중이다. NH투자증권은 ISA 사전 상담 고객 2,000명에게 선착순으로 3.5% 특판RP 가입 우선권을 제공했는데 단 5영업일 만에 ‘완판’ 됐다.

증권업계는 공동 TV 광고까지 동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21개 증권사와 함께 총 18억원을 들여 만든 ISA 홍보 영상을 방송과 온라인, 모바일에 내보내고 있다. 현대증권은 ‘현대증권으로 이사하라’라는 제목의 자체 광고 영상도 제작했다.

금융사들이 ISA에 유난히 적극적인 이유는 조만간 ‘ISA 고객’이 ‘주거래 고객’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ISA는 1인 1계좌만 허용되고, 가입 후 최소 5년 간 계좌를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동안은 원금ㆍ이자 인출도 제한된다. 한 번 붙잡으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기 비용을 많이 지출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셈이다.

‘영업망’ VS ‘자산관리 노하우’

ISA 대전의 최종 승부는 초기 경품 등 마케팅보다 결국 실적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고객에게 우리 회사만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압도적인 영업망을 내세우고 있다. 은행이 ISA를 판매할 수 있는 창구(지점)는 7,305개로 증권사(1,217개)의 6배에 달한다. 펀드 판매 인력(9만2,920명)은 증권사(2만3,005명)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은행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ISA 관련 실적이 반영되면 영업력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에 일임형 ISA를 허용하면서 ‘게임의 룰’이 은행에 유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탁형 ISA는 고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투자 하지만, 일임형은 판단을 위탁 받은 금융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재량에 따라 운용한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SA에 한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주면서 은행에 유리해졌다”며 “증권사는 전문성이 강화된 포트폴리오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전통의 강점인 자산관리 역량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일임형 ISA에 대한 은행권의 준비가 미비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 개설을 조기에 허용하면서 은행에 비해 불리했던 영업망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적지 않다. 키움증권은 22일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 시작 첫 날에만 217개 계좌를 개설했다.

다만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임종룡 위원장은 24일 'ISA 준비 상황 점검 회의'에서 최근 금융권의 과도한 ISA 유치 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 간 경쟁은 바람직하지만 고객 수익률을 위한 경쟁이어야지 점유율이 목적이 되면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가 고객을 놓고 정면대결을 펼치는 건 사실상 처음”이라며 “앞으로 수익률이 공개되고 계좌 이동이 가능해지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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