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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영웅 토미 더글러스 별세

입력
2016.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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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영웅 토미 더글러스 떠나다

[기억할 오늘] 2월 24일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1904~1986). 그는 병원에서 돈의 특권을 없앴다.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1904~1986). 그는 병원에서 돈의 특권을 없앴다.

캐나다 병원에는 의료비 수납창구가 없다. 의료보험증만 들고 가면 누구든 ‘공짜’로, CT든 MRI든 수술이든 진료 받고 입원도 한다. 물론 ‘공짜’라는 건 오해다. 캐나다 시민들은 형편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낸다. 중산층 이상 건강한 이들이 더 내고 덜 쓴 의료서비스를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이 덜 내고 더 쓰는 구조다. 부족분은 연방과 주 정부가 예산으로 충당한다. 비싼 진료를 했다고 해서 병원 수입이 느는 게 아닌 만큼, 의사의 판단 착오가 없는 한 과잉 진료도 없다. 대신 공중의료다 보니 큰 비용 드는 검사에 인색해서 부실 진료로 말썽을 빚는 예가 없지는 않다.

캐나다 병원에는, 다른 데선 생경한 ‘트리아지(triage)’라는 직분의 의료진이 있다. 내원한 환자의 증상과 병세를 살펴 응급과 대기를 분류하는 이들이다. 매달 많은 보험료를 내는 이라도 경미한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면 3,4시간씩 예사로 대기해야 하고, 월 10만원 미만을 내더라도 트리아지가 판단해 응급 환자라면 즉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늦게 온 환자를 왜 먼저 진료하는지, 누가 항의해도 그들은 사정을 설명하는 법이 없다. 환자의 비밀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돈 많은 이들은 캐나다의 공중의료 대신 사비를 들여 이웃 미국으로 가서 비싼 양질의 진료를 받기도 한다.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도 장단점이 있고,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의료 복지가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까닭은, 적어도 가난 때문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못 받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포괄적 공중의료체제의 기틀을 닦은 이는 전 서스캐처원 주 수상(1944~61년 재임) 토머스 더글러스(Thomas Douglas, 1904~1986)다. 영국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1910년 캐나다로 이민 온 그는 어려서 골수염을 앓았다. 난치병의 가장 경제적인 치료법은 다리 절단이었는데 당시 한 의사가 의대생들에게 치료ㆍ수술 과정을 견학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무료로 진료, 다리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훗날 사민주의 정치인으로서 공중의료정책을 설명하며 그는 저 체험을 언급했다. “어떤 아이도 부모의 경제력에 자신의 다리 혹은 생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수입 감소를 염려한 의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스캐처원 주는 포괄적 공중의료정책을 도입했고, 그 정책은 66년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 시행됐다.

2월 24일은 캐나다 국민이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꼽는 토미 더글러스의 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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