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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말레이시아 태형

입력
2016.0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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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모슬렘 여성과 신체 접촉을 했다가 태형(笞刑)을 선고 받은 호주 대학생 이야기가 말레이시아 교민들 사이에 화제다. 이 대학생은 태형 10대를 선고 받았다. 말레이시아의 태형은 한 차례 매질을 하고 상처가 아물기를 몇 달이고 기다렸다가 다시 때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집행이 끝나기 전에는 출국도 불가능하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그를 위한 호주 정부와 대사관의 적극적 구명 운동이 주효해 이 대학생은 나머지 태형의 집행이 정지된 채 호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 동영상으로 본 말레이시아의 태형은 실로 끔찍하다. 범법자의 옷을 발가벗겨 사다리 모양으로 세워진 형틀에 묶는다. 허리와 무릎 안쪽으로 두터운 벨트를 감아 뼈를 보호하고는 둔부를 사정없이 굵직한 막대기로 때린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야자나무, 싱가포르에서는 등나무 가지를 주로 쓴다고 한다. 매질이 가해질 때마다 살점이 뜯겨나가면서 긴 상처가 생겨 피가 흐른다. 한두 대만 맞아도 기절하기 일쑤라니 교민들을 포함한 현지인들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 우리나라에서 태형이 사라진 것이 1920년이니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형벌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사형(死刑)ㆍ유형(流刑)ㆍ도형(徒刑)ㆍ장형(杖刑)ㆍ태형으로 구분했다. 중노동 형인 도형 다음의 장형과 태형 모두 나뭇가지로 때리는 것이지만, 가는 가시나무로 때리는 게 태형, 굵은 나뭇가지로 내리치는 게 장형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굵은 나무를 다듬은 넓적한 몽둥이, 즉 흔히 말하는 곤장으로 때리는 곤형(棍刑)이 추가됐다. 개중의 으뜸이 도둑을 다스린다는 뜻의 치도곤(治盜棍)으로, 군사관련 형벌에서 흔히 쓰였다.

▦ 나지브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최근 비자금 추문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렸다. 2013년 총선을 앞두고 그의 계좌에 입금된 6억8,100만달러의 용도가 불투명해서다. 수도 콸라룸푸르 주변에 테러가 빚어질 수 있다는 호주 정부의 경고를 근거로 특별경계령이 내려진 것도 추문과 관련된 공안정국이란 의혹이 무성하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기밀 누설자와 정보원 공개를 거부하는 언론인에 대해 태형과 종신형 등 중형에 처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정부에 의혹을 제기했다가는 태형을 당할 수도 있다니, 그냥 웃어넘기기 어렵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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