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야의 선거구 획정안 타결로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의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일부 의원은 수도권 지역구만 늘고 농어촌 대표성은 담보하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며 헌법소원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구인 강원 홍천ㆍ횡성이 인접 지역구와 합쳐져 지역구 자체가 증발할 가능성이 있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대 총선 이후에도 이번 선거구 획정은 잘못됐고 지방민과 농어촌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취지로 싸움을 지속하겠다”며 “헌법소원 등 다각적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경북 문경ㆍ예천과 지역구가 합쳐져 같은 당 의원과 싸워야 하는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경북 영주)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농어촌 배려도, 시도 간 형평도 외면한 ‘나쁜 셈법’”이라며 “수도권은 인구 하한의 초미니 선거구를 만들고 농어촌은 인구 상한에 가까운 초대형 선거구가 돼 한마디로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17대 총선 때 경북 청송이 합구된 적이 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경북 군위ㆍ의성ㆍ청송)은 “또다시 급작스럽게 문화권이 다른 선거구가 억지로 만들어졌다”며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동질감이 형성되고 있는데 다시 그 일을 겪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한 여야의 협의과정을 되돌릴 수 있겠느냐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경북 상주)는 “반대하지만 그냥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어쩔 수 없다”며 “원래 농어촌특별선거구를 만들자고 했는데 저쪽(김재원 의원)에서 노력을 안 해서 이 지경이 됐다”고 했다. 같은 당 이한성 의원(경북 문경ㆍ예천)은 “당장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 경북에서 두 석이 줄어드는 것은 허탈하지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전남 장흥ㆍ강진ㆍ영암)은 “(지역구 분리는) 예정됐던 부분이고, 여야가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결과가 어찌됐든 선거 준비만 잘 하면 된다. 어떤 시나리오가 됐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ㆍ청도 가운데 청도는 최 의원의 고향이지만 이번에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인 영천과 합구될 가능성이 있다. 최 의원 측은 “선거구 획정위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손을 떠났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