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달라고 국회를 거듭 압박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초읽기에 몰려 선거구 획정을 합의한 여야가 남은 회기 중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리는 관련 법들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면책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이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임시국회는 노동개혁 입법을 통과시켜 청년들에게 일자리 희망을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19대 국회가 일부 노동계의 낡은 운동논리에 매몰돼 절실하고 힘없는 근로 계층을 외면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견법을 제외하고 근로기준법ㆍ고용보험법ㆍ산재보험법 등 3개 법안만 처리하자는 야당 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는 “파견법은 ‘중장년 일자리법’”이라며 “파견이 확대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확대되고 용역 등 더 열악한 고용 형태에서 파견으로 옮길 수 있어 근로 조건이 개선되는 데다 기업 인력난도 해소돼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자기 주장의 근거로 ‘국민의 뜻’을 내세웠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3분의 2가 정부안을 찬성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50대는 69.9%, 60세 이상은 76.5%, 고졸 이하는 74.8%, 199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71.8%가 파견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며 “이처럼 노동개혁은 장년 층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적을수록 더 절실히 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개혁 입법이 19대 국회 임기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파견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각이 첨예해 합의 처리가 난망한 데다 법안 논의를 위해 남은 시간도 적기 때문이다. 여당은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키로 한 26일 다른 법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2월 임시국회 종료는 내달 11일이지만, 이달 말 뒤엔 여야 모두 총선 체제로 전환한다.
노동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입법이 지연된 데에는 오만한 정부의 몽니 탓이 가장 큰데도, 정부가 자성하긴커녕 사회 합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며 외려 정치권을 협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세종=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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