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 편의점이 등장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이 편의점 매출 1위에 올랐다.
매년 편의점의 매출을 책임지던 술, 바나나맛우유를 제치고 도시락이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도시락의 주요 소비 계층인 1~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데다, 편의점들이 자체 브랜드(PB) 도시락을 내세워 고객몰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PB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일본의 소비 트렌드를 한국이 그대로 뒤따르고 있다.
■ CU, 매출 상위 10위 中 3개가 '도시락'
▲ CU 백종원 도시락 (사진=연합뉴스)
23일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약 3,000개에 이르는 취급 품목(담배 제외)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백종원 한판 도시락(3,500원)'의 매출이 가장 많았다.
이 뿐 아니라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3,900원)'과 '백종원 맛있닭가슴살(3,900원)'도 각각 3위, 8위를 기록하는 등 도시락 상품이 매출 상위 10위 안에 무려 3개나 포함됐다.
지난해까지만해도 CU의 연간 매출 1~5위 품목은 ▲ 진로 참이슬 360㎖ ▲ OB 카스 페트병 1.6ℓ ▲ 빙그레 바나나우유 ▲ OB 카스 캔 500㎖ ▲ OB 카스 캔 355㎖였다. 도시락은 매출 10위 안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CU 관계자는 "CU 뿐 아니라 업계 전체로도 편의점이 처음 등장한 후 22년 동안 도시락이 매출 1위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CU 간판 상품군에 큰 변화가 나타난 가장 직접적 이유는 지난해 12월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손잡고 내놓은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 도시락 인기에 힘입어 올들어 CU의 도시락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9배로 뛰었다. 도시락·김밥·샌드위치 등 간편식이 전체 CU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처음 두 자릿수(11.5%)를 기록했다.
'도시락 열풍' 현상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GS25에서도 비슷하다.
세븐일레븐이 올들어 이달 21일까지 품목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혜리 11찬 도시락'이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순위(11위)보다 다섯 계단이나 뛰어 도시락으로서는 처음 매출 10위권에 진입했다. 세븐일레븐의 같은 기간 도시락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의 무려 3.1배로 불었다.
GS25도 올들어 이달 22일까지 매출 순위를 비교해본 결과 매출 상위 10위 안에 든 도시락 제품은 '김혜자 바싹불고기(4,000원)', '마이홍 치킨도시락(3,500원)', '김혜자 진수성찬 도시락(3,500원)'으로 각각 3위, 9위, 10위를 기록했다.
■ 편의점 도시락 열풍, 원인은?
이처럼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1∼2인 가구의 급증과 제품의 질 향상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5.5%였던 우리나라 '나홀로 가구(1인 가구)'의 비중은 지난해 27.1%로 치솟았고, 2025년에는 3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인 가구 비중 역시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19.1%에서 26.7%로 7%포인트 이상 늘었다.
업체들의 간편식 개발 노력도 치열하다.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다. 2013년 1월 식품연구소를 설립해 매년 200여개의 상품을 개발 및 리뉴얼 하고 있다.
▲ GS리테일 식품연구소 직원들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CU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사옥 안에 '상품연구소'를 설치하고 주요 고객층인 1인 가구, 이른바 '싱글슈머(Single+Consumer)'를 타깃으로 도시락·주먹밥 등 다양한 혁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 편의점 CU '상품 연구소' (사진=연합뉴스)
연구소는 레시피(조리법) 연구실, 모니터링룸, 베이커리(조리)룸 등 독자적 연구·개발(R&D) 설비를 갖췄다.
또, 우수한 품질의 쌀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밥 짓는 기술, 영양학적인 지식 등을 고루 갖춘 인증 받은 밥 전문가인 '밥 소믈리에'도 제조현장에 배치되어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밥 소믈리에에게 도시락·삼각김밥 등의 밥맛 개발과 관리를 맡기고, 특히 올해부터 모든 세븐일레븐 도시락·삼각김밥·김밥 등에 명품쌀 품종 중 하나인 '삼광쌀'을 사용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의 높은 가성비로 판매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도시락이 편의점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도시락을 타깃 상품으로 주력해 집중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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