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공분을 샀던 문형표 이사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논란에 대해서는 답을 피한 채 “국민을 위해” 공단 이사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23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장관 시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지 않고 부하 직원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문 이사장은 “메르스 문제는 답변 드리기 어려운 점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메르스 감사가 진행 중이라 말씀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 해임 등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의 공무원 16명에 대해 메르스 부실 대응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사태 당시 보건당국 최고 책임자였던 문 이사장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도 묻지 않아 ‘부실 감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또 지난해 8월 메르스 사태로 경질된 지 4개월만인 12월 31일 기습적으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감사원 징계는 다음달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 등이 최종 결정된다.
문 이사장은 “초기 메르스 환자에 대한 초동 대응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었고,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안타깝고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이사장에 응모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고민도 했지만, 평생을 연금하고 씨름하며 살았다”며 “국민연금 제도를 모든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미력이나마 바치고 싶어서 용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단의 가장 큰 논란거리인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대해서는 “기금 운용을 잘 하려면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 3가지가 꼭 내재돼야 한다”며 찬성입장을 비췄다. 문 이사장은 또 “(국민연금) 제도와 운영은 동전의 양면이라 떼어낼 수 없다”며 공사화 하더라도 복지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문 이사장은 장관 재직 중이던 지난해 7월 기금운용본부 분리해 복지부 산하 ‘기금운용공사’로 두는 내용의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국민연금 기금은 주식, 대체투자(부동산 사모펀드 등)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문 이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주식이나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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