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자들이여, 봄에는 빨강을 입어라

입력
2016.02.23 13:15
0 0
남자들이여, 빨강을 두려워 말지어다. 채도를 낮춘 레드 컬러의 재킷을 흰 팬츠에 매치하면 우아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빨질레리 제공
남자들이여, 빨강을 두려워 말지어다. 채도를 낮춘 레드 컬러의 재킷을 흰 팬츠에 매치하면 우아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빨질레리 제공

평생 검정과 회색과 남색과 카키색의 원환을 맴돌아 왔다. 남자의 옷장은 응당 그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내답지 못하게’ 노랑이나 분홍 바지를 입는 남자들도 물론 있지만, 그들은 소수자일 뿐. ‘남자라면 무채색이지!’

이런 고정관념을 이제 바꿔야 할 때가 왔다. 화사하고 세련된 여성적 색채가 남성복을 강타하고 있다. 팬톤 색채연구소가 2016년의 컬러로 성별 장벽을 없앤 분홍과 하늘색을 선정했을 만큼 젠더리스는 오늘날 패션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시공간(TPO), 전통, 성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취향을 선택, 조합하려는 거센 물결이 한국 남성들을 위해 호출한 색상은 강렬한 레드. 삼성패션연구소 최영진 책임연구원은 “2016년 봄/여름 시즌 남성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보더리스 테이스트’(경계 없는 취향)”라며 “남성복이 가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성과 요소를 접목한 옷들이 고객의 취향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빨강은 건강과 부귀, 남성적 힘의 상징

젠더리스 트렌드가 복종간 장벽을 허물어뜨림에 따라 주로 여성복에 많이 사용됐던 컬러들이 속속 남성복의 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빨강은 지난해부터 실크 소재에 중국풍의 화려한 문양들을 동반한 옷들로 런웨이를 화려하게 수놓아 왔다. 올해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 빨강에 근접한 진분홍(푸크시아 레드)을 대거 선보인 구찌, 커다란 원숭이가 수놓아진 레드 하와이언 셔츠를 내놓은 루이비통 등이 대표적이다. 붉은 원숭이해를 맞은 한국이 젠더리스에 부응하는 색상으로 빨강에 끌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예로부터 밝은 양의 기운을 불어넣으며 건강과 부귀를 상징해온 빨강은 남성적 힘을 보여주면서도 화사한 색깔이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기 좋다. 올 봄여름 남성복에서는 강렬한 태양빛의 레드뿐 아니라 선셋 오렌지, 레드 브라운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며 주목 받고 있다. 수트, 재킷, 팬츠뿐 아니라 셔츠와 스카프 등 액세서리에도 사용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빨질레리의 윤재원 디자인실장은 “레드 컬러를 밝은 베이지나 그레이와 코디하면 포인트 컬러로 부각될 수 있다”며 “밝은 레드가 부담스럽다면 채도를 낮춘 레드 브라운이나 진흙빛 도는 테라코타 등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레드와 화이트, 레드와 네이비 등의 조합도 좋다.

편안하지만 격식을 잃지 않는 차림새인 뉴 포멀 룩은 회사 출근부터 퇴근 후 나들이까지 어디에나 어울린다. 엠비오 제공
편안하지만 격식을 잃지 않는 차림새인 뉴 포멀 룩은 회사 출근부터 퇴근 후 나들이까지 어디에나 어울린다. 엠비오 제공

편안하면서도 격식 있는 ‘뉴 포멀’

한 벌의 옷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하는 옷차림은 꺼지지 않는 유행의 불꽃이 될 듯하다. 평범한 듯 특이한 ‘놈코어’(normal+hardcore)의 자장 아래 운동복 차림으로 출근, 파티까지 문제 없는 애슬레저룩이 지난해를 평정했고, 그 여파는 여전히 강력하다. 더 격식을 중시하는 남성복은 몸에 밀착하지만 편안하고 느슨한 형태의 ‘뉴 포멀 룩’으로 놈코어를 재해석하고 있다.

뉴 포멀을 이끄는 소재는 면이다. 트레이닝복으로 자주 쓰이는 도톰하고 신축성있는 면 저지와 오글오글하게 가공한 여름용 면 시어서커 같은 캐주얼 소재가 재킷과 팬츠 등에 대거 사용되면서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을 구현하고 있다. 출근할 때는 재킷과 팬츠를 동일한 원단으로 맞춰 수트처럼 입고, 배기팬츠나 반바지와 조합해 세련되고 트렌디한 나들이 차림으로 변주할 수도 있다. 엠비오의 정수강 디자인실장은 “시크한 릴랙스 무드가 트렌드가 되면서 너무 슬림하게만 보이는 수트보다는 편안한 실루엣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복에도 뱀피가 찾아왔다. 빨질레리 제공
남성복에도 뱀피가 찾아왔다. 빨질레리 제공

뱀가죽 디자인 ‘뱀피’ 두려워 마세요

여성, 그 중에서도 ‘센 언니’들이나 입는 아이템으로 인식되던 뱀피, 파이톤 소재가 남성복에도 종종 눈에 띈다. 지난 시즌 남성들 사이에서 핫하게 부상한 가죽옷에 대한 관심이 뱀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 항공기 조종사들이 입는 보머재킷의 유행과 결합해 가죽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뱀피도 보머재킷과 좋은 궁합을 보이고 있다. 다만 소재의 과감성과 독특성을 감안해 포인트로 부분적으로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빨질레리가 선보인 뱀피 보머재킷은 파이톤을 처음 접하는 입문 단계의 남성들을 위해 다소 부감이 적은 블루블랙 컬러를 중심으로 앞판 쪽에만 포인트로 디자인했다. 빨질레리의 윤재원 디자인실장은 “가죽 상품 중 가장 가볍고 차별화된 컬러와 소재감이 특징인 뱀피가 이번 시즌 글로벌 브랜드들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며 “남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그루밍족들을 중심으로 뱀피 보머재킷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빨강에서 뱀피까지, 남성복의 어두운 세계에 화려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