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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문화 산책-명사들의 단골집] 이기수 前고대총장이 찾는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대복닭한마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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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문화 산책-명사들의 단골집] 이기수 前고대총장이 찾는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대복닭한마리’ 식당

입력
2016.02.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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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 오가피 등 열 가지 약재를 우려낸 육수에 닭고기와 칼국수가 절묘한 조화 이뤄

◇‘산고감신함’의 한국적 5味 맛자랑에 문화예술인들과 해외관광객들까지 발길 빈번

‘대복닭한마리’ 식당을 찾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과 식당 여주인 임찬례씨. 제17대 고려대 총장, 사립대총장협의회장, 중국연변과학기술대 러시아모스크바국립대 미국조지워싱턴대 등 국내외 대학의 명예교수 및 석좌교수, 대법원 양형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기수 전 총장은 한국의 의식주 전통문화를 가꾸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법률이자 사회적 규범이라고 지적했다.
‘대복닭한마리’ 식당을 찾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과 식당 여주인 임찬례씨. 제17대 고려대 총장, 사립대총장협의회장, 중국연변과학기술대 러시아모스크바국립대 미국조지워싱턴대 등 국내외 대학의 명예교수 및 석좌교수, 대법원 양형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기수 전 총장은 한국의 의식주 전통문화를 가꾸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법률이자 사회적 규범이라고 지적했다.

◇중소상인 식당서 만난 ‘대통령의 문화사명’

“한국 음식의 맛에도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돌발성 질문을 한다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71).

법학계의 대표적인 석학인 이 전 총장을 만난 곳은 서울 중구 주교동의 ‘대복닭한마리’ 식당(대표 임찬례). 을지로4가역 부근의 을지로와 종로쪽 청계천 사이에 위치한 방산시장 주차장 남쪽 끝 모서리 부근에 있는, 닭요리 전문의 자그마한 음식점에서였다.

기자를 놀라게 한 것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대한민국헌법』이라는 소형 책자. 식당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는 기자에게 헌법 제9조와 69조를 읽어보도록 유도했다.

“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가 있고... 69조는 대통령 취임선서문인데... 여기에도 대통령으로서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고 적혀 있네요”

메인메뉴인 ‘닭한마리’. 닭고기를 토막쳐 넣고 5미가 살아있는 육수에 넣어 끓인 후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남아있는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맛은 가히 일품이라는 평.
메인메뉴인 ‘닭한마리’. 닭고기를 토막쳐 넣고 5미가 살아있는 육수에 넣어 끓인 후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남아있는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맛은 가히 일품이라는 평.

기자가 중얼중얼 읽자 이 총장은 헌법에 기록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염두에 두고 이 집 식당의 닭요리를 먹어보라고 권했다.

“...?”

이어 식당 여주인 임찬례씨의 손길이 이어졌다. 메인 메뉴로 등장한 것은 이 총장이 주문한 ‘닭한마리’. 하지만 그 메뉴는 기자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큰 양푼에 닭고기를 토막내어 파 등 야채와 함께 넣고 국물을 부어 끓여내는 ‘닭곰탕’이나 ‘닭국’과 같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겉보기에는...

갸우뚱하는 기자의 표정에 무언가라도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고 느꼈는지 여주인 임찬례씨는 “다른 것은 남겨도, 국물만은 남기시면 안돼요”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단골손님들은 야채와 함께 닭고기를 먼저 먹은 후,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말아먹는다는 귀띔이다.

◇“5味로 유커 800만명을 초대하겠다”

이날 식당에 이 전 총장과 동행한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연세대 ‘문화예술최고경영자 과정’의 책임강사인 최호현 교수. 이 전 총장에게 ‘대복닭한마리’ 식당을 안내한 주인공이다.

“제가 맛의 고장이라는 전주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국의 맛에 대한 음미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지요. 이집 육수 맛은 한국의 전통적인 5미(五味)가 예술처럼 배합되어 있음을 처음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 교수가 발견한 이 식당의 ‘5미’는 한국의 자연산 식재료들에 들어 있는 산(酸), 고(苦), 감(甘), 신(辛), 함(鹹)의 다섯 가지 맛을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월20일 중국 베이징에서 ‘2016 한국관광의 해’ 행사를 진행하면서 유커(游客.중국인관광객) 800만명 유치를 위한 슬로건으로 내건 주제가 바로 한국의 오미오미(五美五味), 즉 ‘다섯 가지의 아름다움과 다섯 가지의 맛’이었다.

그렇듯 5미(五味)는 중국인도 감동시키는 가장한국적인 맛. 그중 산(酸)은 신맛으로 간으로 들어가 흩어진 기(氣)를 모아주는 수렴(收斂)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식당 앞에 선 임찬례씨 부부. 부군인 장종만씨(60)는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전기시설공사업을 하다 8년전 발주사의 부도로 곤란을 겪으면서 부인과 함께 식당을 개업하게 됐다.
식당 앞에 선 임찬례씨 부부. 부군인 장종만씨(60)는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전기시설공사업을 하다 8년전 발주사의 부도로 곤란을 겪으면서 부인과 함께 식당을 개업하게 됐다.

고(苦)는 쓴맛으로 심장으로 들어가 열을 내리고 살균 이뇨작용을 하며, 감(甘)은 단맛으로 비장으로 들어가 식욕을 증진시키고 독성을 중화시킨다고 한다.

또 신(辛)은 매운맛으로 폐로 들어가 기(氣) 혈(血) 진액(津液)을 원활하게 하여 양기를 돋우며, 함(鹹)은 짠맛으로 신장으로 들어가 연화작용을 통해 대소변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을 치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 교수가 인정한 ‘대복닭한마리’ 식당의 5미는 이후 연세대 문화예술최고경영자 과정의 ‘현장수업’으로 이어졌다. 그때 찾은 ‘학생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이기수 전 총장이었던 것.

그렇다면 ‘5미의 비밀’인 탕 육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여주인 임찬례씨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식재료가 열 가지라고 소개했다. 황기, 엄나무, 감초, 대추, 오가피, 양파, 돼지고기, 사골, 갈근(칡뿌리), 닭발 등이다.

여기에 또 다른 비장의 무기인 전통간장과 식초가 배합되어 ‘잠자는 시간을 빼고’ 온종일 푹 끓여 우려낸 것이 이곳 식당의 육수라고 한다.

◇발품 판 여주인의 맛집 순례와 오미 육수

하지만 열 가지 재료의 배합비율은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 임찬례씨는 이 5미의 맛을 찾기 위해 닭칼국수집에서 삼계탕집까지 전국에 소문난 닭요리 음식점을 두루 찾아다녔다. 모두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었지만, 가장 많은 교훈을 준 음식점이 바로 서울 남대문시장의 강원집과 천안의 공주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체험답사를 바탕으로 현재의 ‘닭한마리’ 메뉴와 닭칼국수가 최종 상품으로 개발 완료된 것은 2014년 중반.

그 이전 음식전문가들의 진단을 받기 위해 500만원의 컨설팅비를 내고 요리전문학원에서 별도의 연구작업을 했지만,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았다는 것. 임찬례씨의 개발 내공이 이미 경지에 올라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당의 주 고객들은 주변 방산시장의 상인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중국, 일본 손님은 물론 서양 외국인들도 간혹 맛을 보러 올 정도가 됐다.

이기수 전 총장(좌측)과 연세대 문화예술최고경영자 과정의 최호현 책임강사. 최호현 강사는 ‘난타’를 예로 들며 우리의 전통문화는 세계화가 가능한 무한 콘텐츠를 내재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수 전 총장(좌측)과 연세대 문화예술최고경영자 과정의 최호현 책임강사. 최호현 강사는 ‘난타’를 예로 들며 우리의 전통문화는 세계화가 가능한 무한 콘텐츠를 내재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쪽 청계천변의 광장시장과 을지로쪽의 중부시장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도 찾는다. 이들에게 “건더기는 남겨도 육수는 남기지 마라”고 전하는 것이 이제는 식당의 자랑거리가 됐다.

맛의 고수인 최호현 연세대 책임강사가 ‘오미의 맛’으로 ‘닭한마리’를 주목한 것은 2015년10월부터.

수림전력(주) 민병삼 대표의 소개로 만나자마자 단골이 됐고, 까다로운 손님들을 초대해 보기로 했다. 그때 최 교수의 안내로 단체손님으로 온 사람들이 연세대 문화예술 최고경영자과정의 CEO원우들과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그들은 법학자 이 전총장의 표현을 빌려 ‘합헌적인 맛’이라는 ‘최종판결’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5미의 맛을 내는 육수의 10대 원료는 식당 바깥주인인 장종만씨(60)의 고향 강원도 영월에서 수집해온다. 김치와 물김치를 담그는 배추와 무, 고사리, 취나물, 콩 등의 밑반찬은 안주인 임찬례씨의 여동생이 사는 전남 보성에서 직접 가져온다.

◇허름한 식당을 당대의 석학이 찾은 이유는?

이처럼 기름값을 길에 뿌리면서까지 먼 데서 식재료들을 조달하는 이유는 무공해 천연재료를 고집하기 때문.

또 칼국수를 빚는 밀가루도 30년 전통의 ‘무방부제집’에서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방부제가 들어간 일반 밀가루는 하루만 지나도 변색되어 전문가들은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

그 같은 정성에서 나온 한국 전통의 맛 ‘5미’는 정서적으로도 사람의 감정을 순화 성장시키고,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의 오감통(五感通)을 채워준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지론.

그래서 그런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의 향후계획은 명백해졌다.

2010년12월30일 제자들에 의해 65세 정년퇴임 논문증정식이 벌어졌던 날, 그는 후학들에게 “남겨진 ‘45년의 인생’을 헌법적 가치인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바치겠다”고 다짐했었다. 110세까지의 계획이다.

‘대복닭한마리’ 식당에는 ‘닭한마리’ 외에도 닭칼국수, 닭무침 등 다양한 요리들을 갖추고 고객들을 맞고 있다.
‘대복닭한마리’ 식당에는 ‘닭한마리’ 외에도 닭칼국수, 닭무침 등 다양한 요리들을 갖추고 고객들을 맞고 있다.

한 월간지에서 54페이지를 할애하며 ‘지구를 열한바퀴 반이나 돈 글로벌 법학자’로 소개한 그가 외국을 다니며 새삼 느낀 것은 한옥·한식·한복 등 전통의 우리 의식주 생활양식이 세계에 내놓을만한 미학(美學)의 요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닭한마리’라는 식당은 그가 발굴한 또 하나의 한류음식 보고가 됐다. 하지만 식당은 비좁다할 만큼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시장 한구석에 있어서 소문만 듣고 찾아가는 사람은 쉽게 찾기도 어렵다.

그런 ‘허름한 식당’을 당대의 석학이 찾고, 대학가 문화예술의 전문가집단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한 맛의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은 이 ‘탐미주의’를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110세까지 발굴에 나설 민족문화의 정수가 새삼 기대되는 이유다.

취재 = 유승철 뷰티한국 기자 cow242@beautyhankook.com

사진 = 김재환 뷰티한국 기자 vitamin@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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