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졸업식의 필수품이었던 생화 꽃다발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학교 졸업식과 밸런타인 데이 등이 몰린 최근 한 달(1월 21일∼2월 22일) aT 화훼공판장의 절화(꺾은 꽃) 거래량은 175만897속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91만6,608속)에 비해 8.6% 줄었고, 재작년 동기(204만1,076속)와 비교하면 14.2%나 감소했다. 속은 절화 거래의 기본 단위로 장미는 10송이가 1속이다.
불황으로 졸업식 때 생화 꽃다발 대신 저렴한 조화나 실용적인 비누꽃, 사탕꽃 등 대체재 사용이 늘며 꽃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꽃을 좋아해도 빨리 시드니까 사치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공예품이 꽃다발 대체품으로 많이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국내 꽃 소비가 늘어 한때 화훼는 고소득 작목으로 주목 받았지만 2005년 이후 생산비 증가와 수요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꽃의 80% 이상이 경조사와 선물용으로 소비돼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지갑이 얇아지면 생화를 구입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화훼 소비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꽃을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깝다’는 응답이 36.2%였다. 일반 농산물과 같거나(29.2%), 생활필수품(31.6%)이라는 의견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20대 응답자는 절반이 넘는 59.7%가 꽃을 돈 주고 사기 아깝다고 답했다.
2005년 2만870원이었던 1인당 연간 화훼 소비액은 2010년 1만6,098원, 2014년 1만3,867원으로 10년 사이 34% 줄었다. 소비 침체는 화훼산업 위축으로 이어져 2005년 1조105억원 이었던 국내 화훼 생산액은 2010년 8,510억원, 2014년 7,047억원으로 감소했다.
화훼산업 위축으로 도산ㆍ파산하는 농가가 속출했고, 토마토 딸기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