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주요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장은 단연 인도다. 얼마 전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25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투자해 기술개발 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시장을 향후 10년 동안 애플이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7% 경제성장률
인도 경제를 밝게 전망하는 것은 단순히 애플만이 아니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세계 주요기관들도 인도 경제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공히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인도가 7%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올해의 인도 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전망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7.4%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도 7.3%의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브릭스 국가인 중국과 브라질 등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만이 7%이상의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도 경제성장은 1990년대 경제개혁과 함께 시장경제기반을 구축한 이후, 2000년대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하여 2003~2010년 기간 연평균 8.5%의 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10%라는 고도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세계경제 침체와 더불어 인도정부의 미온적인 개혁정책으로 인도경제는 2011년 7.9%로 하락하고, 2012~13년에는 급기야 5%대로 추락했다. 이런 인도 경제가 모디 정권의 출범과 함께 2014년 중후반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여 2015년 회계연도(4월1일~3월31일)에는 7.6%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 경제가 살아난 시점에 공교롭게도 중국 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이목은 인도로 집중되고 있다. 인도가 중국의 성장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2014년 4분기부터다. 인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기간 자국이 7.5%의 성장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7.3%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중국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세계은행,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 주요 기관들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의 성장률보다 앞설 것이라고 전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도 경제성장이 일시적이거나 단기간의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 인도는 앞으로 최소한 2025~30년까지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경제활동 인구가 최소한 2025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현재 12억의 인도 인구 중 절반이 25세 이하이고 평균 연령은 29세로 중국의 37세보다 훨씬 젊다. 자연히 무디스가 말하는 전체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비율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이른바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는 2025년이 돼야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이 7.2%를 기록하며 고령화 사회 초입에 진입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 잠재력을 깨우는 모디노믹스
시장측면에서 봤을 때도 인도 경제전망은 매우 밝다. 인도는 수출주도의 중국과 달리 내수위주의 경제성장을 이룩해가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도 내수 시장을 91년 경제개혁이후 세대(Post-Reform Generation)들이 견인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도의 기성세대와는 달리 높은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소비 지향적인 생활문화를 추구해 나가고 있다.
최근 인도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룩해나간 배경에는 유가 하락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인도 전체 수입액에서 약 35%를 차지하는 원유 값이 하락하면서 인도 경상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줄고 전체적으로 생산비가 감소한 반면 구매력이 개선되고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도 유가 하락이 인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도가 고도성장을 지속해나가는 데는 위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2014년 새롭게 집권한 모디 정부의 ‘성장의 인도’ 만들기 프로젝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총선에서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수행해나갈 수 있는 절대과반 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은 모디의 리더십 하에 ‘성장의 인도’를 추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모디 정부는 가장 먼저 경제발전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건설에 많은 예산을 할당했다. 도로나 철도와 같은 기반시설은 물론 최첨단 IT 기술이 접목되는 100개의 스마트시티 건설을 발표하면서 경제 성장을 주도해나갔다. ‘성장의 인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리폼 인디아(Reform India)’, ‘인클루시브 인디아(Inclusive India)’, ‘클린 인디아(Clean India)’ 등 소위 모디노믹스(Modinomics) 정책이 연이어 발표됐다.
모디노믹스의 핵심 정책은 제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메이크 인 인디아’정책이다. 모디 총리는 인도 제조업부문에 해외 직접투자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소위 ‘3D’ 슬로건을 내세웠다. Democracy(민주주의), Demography(인구), Demand(수요) 슬로건은 경쟁 상대국인 중국을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하다. 일본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중국에 투자하려면 같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 투자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인도도 중국이 가지고 있는 수요(시장)와 인구(저임금 양질의 젊은 노동력)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은 인도에 있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모디 정부의 이러한 ‘메이크 인 인디아’정책에 일본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모디 집권 이전인 2013년 10월 ~ 2014년 6월에는 인도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가 189.4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4년 10월~2015년 6월에는 35.9% 상승한 257.5억 달러를 기록했다.
선진국 인도를 향한 구조적 과제
산업구조만 보면 인도는 얼핏 선진국 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분야가 전체 GDP 비중의 50%를 넘는다. 반면 공업 분야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30%를 넘지 못했다. 2015년에야 처음으로 30%를 달성했다. 이중 제조업의 비중은 불과 17%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고용 비중 측면에서는 농업이 51%를 차지하고 있어 인도는 여전히 농업국가다. 서비스업과 공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은 각각 26.6%와 22.4%이다. 산업구조 측면이든 고용비중 측면이든 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낮다.
공업 비중이 낮은 인도의 산업구조는 단순히 공업화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농업의 문제와 직결된다. 공업분야, 특히 제조업에서 농업분야의 잉여 노동력을 흡수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대다수의 노동력이 농촌에 머물고 있거나 도시로 이주해 오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산업생산에 기여하지 못하고 슬럼가에 정착하고 있는 현실이 반복되어 왔다.
인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토지개혁이 실패했기 때문에 아직도 전근대적인 토지 소유구조가 만연해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인도 농촌에는 많은 소작인과 무토지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 하층민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여 소득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제조업 분야를 육성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한국, 중국은 물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업화 과정에서 농촌의 잉여 노동력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발전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메이크 인디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고도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부의 편중이 계층간은 물론 지역간 심화되면서 경제적 격차가 극단적으로 커지는 현상이 인도 사회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강한 인도를 꿈꾸는 모디 정권하에서 힌두 근본주의 세력들이 새롭게 득세하면서 소수종교와 사회적 약자를 포용해왔던 인도 사회의 전통이 파괴되는 ‘힌두의 인도’가 되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종교와 교육이 상업화되고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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