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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대북 압박 100%의 실험

입력
2016.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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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교류협력 대신 전면 압박

공존서 北 체제 붕괴로 목표 전환

이제는 봉쇄정책이 시험대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보위기 등과 관련해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보위기 등과 관련해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ㆍ10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이전과 이후의 남북관계는 전혀 다르다. 그 이전은 대결과 대화, 압박과 교류ㆍ협력이 병존했다. 남북이 상황에 따라 서로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했던 ‘밀당’의 시대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화 및 교류ㆍ협력, 즉 ‘당’이 70~80%, ‘밀’20~30%의 시기였다면 이명박 정부와 최근까지의 박근혜 정부에서는 반대로‘밀’이 70~80%로, ‘당’을 압도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에는 어떠한 대화, 교류ㆍ협력도 끼어들 여지가 사라졌다. 제재와 압박만 있는, ‘당’0, ‘밀’ 100%의 국면이 된 것이다. 남북관계의 대전환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1972년 7ㆍ4남북공동성명이 출발점인 밀당시대는 대결할 때는 하더라도 상호체제 인정, 평화 공존, 대화 및 교류협력이 전제돼 있었다. 그러나 밀 100%의 전면적 압박 국면에서는 이런 전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체제 붕괴를 공개적으로 입에 올렸다. 북한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김정은 정권의 완전 굴복 내지는 체제붕괴를 목표로 내세운 셈이다. 여기에 더 이상 상호체제 인정이나 공존의 논리가 끼여들 여지가 없다. 이미 남북 간에는 어떠한 공식적인 대화채널도 없다. 엊그제 유엔 무대에서 우리 대표부가 북한의 회원 자격을 정식으로 문제 삼은 것은 전방위적인 대북 압박의 강도를 잘 보여준다.

김정은 정권이 4차 핵실험과 6번째 장거리 로켓발사 강행으로 핵 보유국 추구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이상 박근혜 정부가 압박 100%의 전면적 공세로 전환한 것은 정권의 철학과 성향, 지지기반 등에 따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보수세력은 그 동안 줄기차게 진보 진영이 주도했던 햇볕정책을 비판해왔다. 지난 밀당의 시대는 상호체제인정과 평화공존에 입각한 대북정책, 즉 햇볕정책을 검증하고 시험한 기간이기도 했다. 이제는 보수세력이 주장해온 압박 일변도의 정책이 북한 김정은 체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어떻게 저지하고 남북관계를 이끌어갈지를 시험하고 검증하는 무대가 열렸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보수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제재안이 논의 중이고, 미국의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법안 발효, 일본과 유럽연합(EU)의 대북 양자제재 강화 등 국제사회의 기류는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붕괴나 불안정이 자신들의 핵심 국익에 반한다고 보는 중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우리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목표로 하는 압박정책을 추구하면 그런 중국의 입장과 충돌하게 된다. 중국은 이미 대북 유류공급 중단이나 교역 및 금융제재에 난색을 표했다. 이틈을 타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으로 입은 손실을 중국과의 임가공 무역 확대로 만회하려 한다면 우리기업들의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가며 취한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압박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중국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한데 오히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기지 배치 문제로 한중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기도 하다.

역시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러시아도 대북 경제봉쇄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 핵ㆍ미사일 실험과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동북아에서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진다면 상황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압박 100%의 대북 정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실질적 성과를 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들은 그밖에 많다.

어떤 완충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끝 없는 긴장의 고조가 초래할 비용도 문제다. 개성공단과 같은 최소한의 완충지대는 남북대치에 따른 코리아 리스크를 크게 경감시켰지만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가보지 않은 압박 100%시대의 실험 결과가 벌써부터 걱정 된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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