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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그룹 간 높은 장벽… 융합시대에 ‘우물안 개구리’로

입력
2016.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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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그룹 내 협력만 고집

대기업-협력사 ‘수직적 관계’도

성공적 협업 저해하는 요소로

최근 세계 산업계의 화제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자동차와 IT가 결합한 스마트카다. 빠르면 2020년 상용화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기업간 협력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을 갖춘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현대차와 협업한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BMW, LG전자는 폭스바겐을 선택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수십 년간 거대그룹 내에서만 사업을 키우며 발전한 이력이 산업간 융합 시대에 서로 협업하기 힘든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 그룹들의 계열사는 물론이고 협력사들까지 같은 그룹 안에서만 협력했고 다른 기업들 하고는 치열하게 경쟁구도를 유지했다. 게다가 선진국을 쫓아가는 추격자 입장이어서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을 창출할만한 여유도 없었다.

특히 대기업과 협력사 간에 수평이 아닌 수직적 관계가 형성된 점도 성공적인 협업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중소 부품업체 관계자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갑이고 부품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는 을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이를 반영하듯 몇 년전까지 협력사라는 말 대신 하청업체로 불렀다”고 말했다. 협력사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가 아닌 한 수 아래로 깔보는 인식이 융합 시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30년간 로봇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개척 중인 유진로봇도 국내 대기업이 아니라 주로 유럽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신춘포럼’에 연사로 나선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이사는 “국내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협력을 잘 하려 들지 않는다”며 “하청업체 정도로 생각해 유럽 기업들과 협력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와 IT 산업을 보유하고도 업종간 협업 부족으로 스마트카 경쟁력이 독일 미국 일본 등에 미치지 못하자 지난해 12월 ‘자동차융합 얼라이언스’를 꾸렸다.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융합 산업 모델을 여러 기업이 참여해 발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LG전자 KT 네이버 한화첨단소재 등 단 6개 기업으로 발족했지만 삼성전자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현대모비스 만도 삼성전기 LG이노텍 SK텔레콤 등이 추가로 참여하며 일단 융합을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기업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협업 모델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융합 연구개발 과제도 중점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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