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징계 결정에 따르지 않고 교사들에게 폭언하는 등 교권을 침해한 중학생을 강제전학시킨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본보 22일자 14면)이 나온 다음날인 22일 교육부는 “강제전학의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강제전학을 징계 중 하나로 명시하도록 개정해 교권 침해 학생을 전학시킬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현행 시행령(31조1항)엔 학교가 내릴 수 있는 징계 처분으로 학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출석정지, 퇴학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제전학을 징계 수단으로 삼는 데 따른 논란이 크다는 걸 잘 안다. 충분히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교육 당국의 속내가 엿보여 찜찜하기 그지 없다. 4년 전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강제전학시킬 수 있는 법 조항을 마련한 교육부가 교권 침해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검토해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말 경기 이천에서 이른바 ‘기간제 교사 빗자루 폭행사건’이 발생하며 교권 침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육부가 이 참에 강제전학 법제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 만하다.
하지만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내 교사들을 속시원하게 만드는 것 이상 문제 학생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아로 낙인 찍힌 전학생은 과연 학교가 달라졌다고 하루 아침에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걸까. 문제아를 억지로 받아들여야 할 학교는 이 학생을 관심 기울여 교육시킬 것인가. “소년원이 그렇듯이 강제전학 역시 해당 학생에게 ‘낙인’이자 ‘훈장’이 될 것”이라고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우려했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강제전학은 다른 학교에 문제를 전가하는 것뿐”이라며 강제전학을 징계로 휘두르려는 학교와 교사들의 내심을 짚었다.
물론 교사는 제자로부터 모멸과 공포를 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한다.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한 징계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 학생을 다른 학교로 밀쳐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학교의 틀 안에서 문제아를 교육시키려는 노력이 더 큰 비행을 막을 수 있다. 교육부라면 교권 침해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걸맞은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권재원 성원중 교사는 “학생에 대한 인권교육을 내실화해야 교권도 강화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라면 현장 교사 이상의 통찰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닐까.
이훈성ㆍ사회부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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