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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핵무기의 잘못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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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핵무기의 잘못된 신화

입력
2016.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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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일본 항복의 직접적 계기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견해도 만만찮다. 소련의 대일 선전포고가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이다. 히로시마 원자탄투하에도 별 반응이 없던 일본이 그보다 며칠 뒤인 소련의 참전 선언 직후 서둘러 최고전쟁회의를 소집해 항복을 논의한 사실이 근거다. 미국의 일본 본토 공격이 예정된 상황에서 또 다른 강대국인 소련까지 북쪽에서 치고 내려올 경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주장은 “대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원자탄폭격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도덕적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실용적 관점에서 원폭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예컨대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최악의 폭격 피해를 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재래식 폭격의 피해는 더 컸다. 수백 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폭탄 투하로 일본의 8개 도시가 히로시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초토화됐다. 일본 전쟁지도부는 “일본이 수개월 동안 감내해온 폭격보다 원자탄폭격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 핵무기 반대론자들은 핵 억제 효과도 과장됐다는 주장을 편다. 핵무기가 대규모 보복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장 국가에 대한 공격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게 핵억제론인데 냉전 시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소련의 핵전쟁 위협에도 불구하고 쿠바 해상봉쇄를 감행했다. 케네디의 조처는 핵 전쟁 가능성을 분명히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한국전쟁 때도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한 B-29 폭격기를 공개적으로 태평양 기지에 보내 중국의 개입을 경고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 핵무기를 유일한 생존수단으로 여기고 고통과 제재를 감내하는 북한 김정은의 전략은 이런 시각에서 보면 헛수고일 뿐이다. 1994년 미국의 영변 폭격 계획에서 보듯 핵무기가 생존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험이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방법은 핵 보유밖에 없다는 우리 핵무장론자들의 주장도 공허하다.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핵무기가 전쟁에서 결정적이라는 인식은 신화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가 아닌 전쟁 그 자체에 대한 공포와 억제여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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