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ㆍ동종 업체 간 제휴 활발
토요타ㆍBMW 기술교류협약
2011년 세계 車업계에 충격
GMㆍ혼다 등도 잇달아 협력
IT기업과 협업 대세로
사물인터넷ㆍ가상현실ㆍ스마트카 등
미래산업 분야서 IT와 융합 활발
현대차ㆍ애플, 삼성ㆍBMW 어깨동무
요즘 세계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경쟁업체간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제휴다. 2011년 일본 토요타와 독일 BWM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양 사는 일본 도쿄모터쇼에서 기술 교류 협약 체결을 전격 발표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BMW는 차체 경량화 등 소재 기술을 서로 제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격돌하던 토요타와 BMW의 협력은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던졌고 완성차 업체간 합종연횡을 가속시켰다. 비단 자동차 업계 뿐만이 아니다. 존재의 이유가 이익 추구인 기업들은 서로의 장점을 취하기 위해 어제의 적과 주저 없이 손을 잡는다. 비단 동종 기업 뿐 아니라 산업 간 경계를 뛰어넘어 이종 업체들 간에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속도 붙는 ‘적과의 동침’
합종연횡은 기술 제휴부터 공장 임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혼다도 기술 제휴를 선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그룹인 다임러AG와 미국 포드, 일본 닛산자동차도 공동으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GM과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은 소형 다목적차량 등을 공동 개발해 2018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더욱 긴밀히 협력한다. 토요타 닛산 혼다 등 9개사는 2020년까지 효율을 30% 높인 엔진을 개발하는 AICE 프로그램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아가 독일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 및 부품 공동 개발도 검토 중이다.
경쟁자의 해외 공장을 빌려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중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한 토요타는 마쓰다자동차의 멕시코 공장에서 소형차를 생산하고, 다임러AG는 닛산의 멕시코 공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인피니티의 프리미엄 경차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하기로 했다.
특히 핀테크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스마트카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과 협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한화그룹과 세계적 핀테크 기업인 중국 디안롱, KB캐피탈과 SK플래닛, 신한카드와 한국스마트카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미 손을 잡았다.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표된 세계 최고 하드웨어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SW)에 강한 페이스북의 VR 협업도 서로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IT와의 융합이 가장 활발한 스마트카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애플, 삼성전자와 BMW, 르노삼성자동차와 SK텔레콤 등이 손을 잡았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반한 커넥티드 카 개발 연합 오픈오토모티브얼라이언스(OAA)에는 현대ㆍ기아차와 아우디, GM 등 완성차 업체 및 구글 LG전자 파나소닉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는 “IT 기술이 개별 산업을 묶어주는 결합단계를 넘어 이제는 개별 산업 내부로 흡수돼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융합단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융합은 생존의 필수조건
이처럼 동종 혹은 이종 산업간 협력 목적은 어느 기업이나 똑같다.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존이다. ‘전기자동차의 심장’인 배터리가 대표적 사례다. 막대한 돈을 들여 배터리 개발에 성공해도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개발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느니 사다 쓰는 게 경제적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인 LG화학은 현대ㆍ기아자동차 GM 포드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르노 볼보 창안(長安)기차 등 세계 20여개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주주인 파나소닉 배터리만을 사용하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까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모델에 LG화학 배터리를 쓰기로 했다. 삼성SDI는 BMW와 아우디, SK이노베이션은 미쓰비시와 베이징(北京)기차 등에 전기차 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 차체 소재로 주가가 상승한 알루미늄 압연 판재도 자체 개발해 조달하는 것보다 전문업체에서 공급받는 게 효율적이다. 현재 BMW 아우디 포드 부조 등 웬만한 글로벌 업체들은 알루미늄 기업 노벨리스의 제품을 사용한다.
산업 전 분야가 IT 기업과 급속히 융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본업이 아닌 IT에 투자하는 것은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산업 간 융합에 주목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융합이란 용어가 이미 1980년대에 태동했다. 일본만해도 1980년 산업정책의 기조가 ‘창조적 지식산업화’였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타 업체, 타 업종과 제휴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성장전략의 하나로 30년 이상 전략적 제휴가 이뤄져 산업의 범위가 확장됐다”며 “새로운 기술도 단기간에 탄생했지만 우리는 융합을 등한시해 산업 경쟁력이 상당히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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