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여야’‘법안 통과’ 같은 말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고조된 한반도 긴장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대외 경제 여건이 훨씬 어려워 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와 구조개혁 성과 가시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을 뿐, 국회에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 않았고, 테러방지법도 언급하지 않았다. 23일과 29일에 잡혀 있는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ㆍ노동개혁법과 테러방지법 등의 처리를 다시 한 번 강도 높게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질타하면서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 날은 달랐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 분량은 1,767자로, 이달 2일 국무회의(6,891자)와 지난 달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5,683자) 때에 비하면 말을 극도로 아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할 만큼 압박했다고 보고, ‘무언의 압력’으로 작전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여야의 물밑 협상이 상당히 진척된 만큼 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말을 줄인 것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이 남한에 대해 테러 역량을 결집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보듯이 북한의 테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지난달 13일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김정은’으로 불렀다. 앞서 북한은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21일자에서 1개면을 할애해 박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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