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삼성 갤럭시 S7 공개 행사는 막판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였다. 그는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는 청바지에 반팔 라운드 티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향후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삼성과의 야심 찬 협력비전을 밝혔다. 21일(현지시간) 행사에는 약 5,000명이 참석해 삼성의 헤드셋 ‘기어VR’를 통해 실시간으로 구현되는 발표상황을 가상현실 화상으로 즐겼다. 저커버그는 그들을 향해 “다음 플랫폼은 VR”이라며 “삼성과 함께 VR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저커버그의 등장은 VR 부문에서 삼성과의 협력 분위기를 반영한다. “다음 플랫폼은 VR”이라는 저커버그의 단언은 소셜 플랫폼의 콘텐츠 진화가 문자에서 사진과 동영상에 이른 게 지금이라면 앞으론 VR 콘텐츠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유투브에 올라 있는 지금의 단순 동영상이 대부분 현장에 있는 듯한 전방위 가상현실 화면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 유투브 영상뿐만 아니다. 진화된 플랫폼을 통해 공유될 VR 콘텐츠는 게임부터 부동산 체험, 교육영상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삼성과 페이스북의 VR 협력은 현재 페이스북 측이 VR를 공유하는 소프트웨어를, 삼성이 VR 감상 및 제작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분업구조다.
페이스북과의 협력은 삼성으로서도 모바일산업의 미래를 향한 돌파구다. 중국과 인도 등의 중저가폰 공세와 프리미엄폰에서의 애플 우위를 극복하기 위해선 삼성도 중저가폰 양산과 함께 프리미엄폰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 삼성이 기어VR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 ‘한계를 넘어(Beyond Barriers)’라는 구호 아래 VR 콘텐츠 구현에 초점을 둔 S7 모바일과, VR용 360도 영상을 사용자가 쉽게 찍을 수 있는 ‘기어 360’등을 함께 선보인 것도 VR 주변기기 전반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일 것이다.
프리미엄 모바일의 강화된 기능 면에서 본다면 카메라와 오디오 등 다양한 기능의 모듈을 모바일에 탈부착해 사용토록 만든 LG의 신제품 ‘G5’도 매우 강력한 혁신으로 꼽힐 만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삼성의 VR 비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향후 VR 플랫폼이라는 새로 열릴 산업 생태계를 겨냥한 가장 적극적인 도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 산업이 그랬듯, 하드웨어는 결국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하는 종속변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으로선 일부라도 VR 플랫폼 소프트웨어 구축에 참여하거나, 오락 수준을 넘는 ‘사회 기간 콘텐츠’ 분야 등에서 VR 사업의 지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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