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가 신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할랄(halal)사업이 종교와 테러 등을 연계한 반대론에 휩싸여 논란을 빚고 있다. 대구와 전북 익산처럼 여론의 벽을 넘지못해 사업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도는 지난해부터 전세계 할랄(halal)시장이 연간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무슬림을 상대로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할랄은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되거나 만들어진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을 일컫는다.
강원도는 9월 동아시아 할랄 컨퍼런스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개최하고 내년 제13차 세계이슬람경제포럼(WIEF)까지 유치했다. 정부 공모사업과 연계해 할랄상품 매장과 함께 무슬림 기도실, 관광안내센터 등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내에서도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할랄사업에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무슬림(Muslim) 특수’를 기대했던 강원도가 복병을 만났다.
이들 단체는 “지자체가 어느 특정 종교 확산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종교시설을 만들어주는 정책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와 더불어 테러위협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 단체는 23일 오후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할랄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할랄타운에 반감을 드러내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다. 종교적 이질감이 여전한 데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전모(39ㆍ여)씨는 “춘천지역 한 인터넷 카페의 경우 할랄타운 조성에 반대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네티즌들도 ‘살아있는 동물의 정맥을 끊는 도살 방법이 잔인하다’는 이유를 들어 할랄 전용 도축장 건립 반대에 가세했다. 특히 일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영상이 공개되자 도축장을 반대하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할랄산업을 둘러싼 갈등은 다른 지역에서 번지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중·동·달서구와 경북 군위·칠곡군, 대구테크노파크와 함께 추진하려던 ‘한국형 할랄 6차산업 육성사업’을 철회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에 할랄 식품단지를 조성하려던 전북 익산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정부 공모사업과 연계해 무슬림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지 특정 종교를 위한 타운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강원도의 타깃 시장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권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IS와 연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광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동남아 무슬림은 유커(遊客)와 맞먹는 ‘블루오션’시장”이라며 “종교적인 면과 산업적인 면을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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